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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또 제주(19)

한림에서 19일차-1월27일 월요일

by 풀잎소리

눈보라가 거세다. 어제 혹시나 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늨 카페를 예약했다. 동백화방은 동백으로 유명한 위미리에 있다. 중산간을 넘어가야 하는데 눈이 오면 통제되는 도로들이 있다. 취소를 해야하나 하다가 일단 출발했다. 눈보라때문에 앞이 안보일때가 있어서 공포감이 느껴질때도 있었지만 서귀포쪽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눈이 오지만 반짝이는 햇빛이 있는 묘한 날씨였다. 1시간 넘게 도착해서 동백화방에 도착했다.

사장님 설명을 듣고 내가 그리고 싶은 사진을 선택했다. 한림 숙소 근처 산책로를 찍었던 사진을 선택했다. 아크릴물감으로 스케치 없이 바로 색칠하기 시작했다. 크지않은 캔버스를 채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중간중간 사장님이 오셔서 그림을 봐주셨다. 사장님은 경기도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다가 어느날 너무 지친 자신을 보고 제주도로 여행을 왔다가 아예 살기로 했다고 한다. 동백이 많은 위미리에 카페를 내고, 차를 마시러 온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쉬라고 한쪽을 그림 그리는 작업실을 마련했다고 한다. 동네 할머니들이 영업시간 외에 오셔서 그림을 배우신다고 한다. 어르신들이 그린 그림이 어느 작가보다도 수준 높아 보였다. 작업을 다 마치니깐 사장님이 사진을 찍어주셨다. 돌담에 놓고 찍기도 하고 카페 창가에서 찍기도 하고…

나만의 작품이 생긴 것 같아서 뭔가 가슴이 꽉 차올랐다. 돌아오는 길에 미영이네 횟집에서 고등어 회를 포장했다. 굳은 날씨였지만 오늘 하루도 또다른 의미가 생겨서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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