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만난 친구

세 번째 제주한살기 10일차_2026. 1. 21.(수)

by 풀잎소리

10년 동안 얼굴을 보지 못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남편 출장으로 제주에 오게 되었는데, 같이 따라왔다고 했다.
친구의 숙소는 내가 머무는 곳과 같았다.

3년 만에 안부를 묻는 친구에게 엄마의 부고 소식을 전했다.

연락하지 그랬냐고, 친구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더는 묻지 않았다.

그 조심스러움이 어떤 위로의 말보다 오래 남았다.


친구 남편의 출장은 1박 2일이라 친구와는 커피 한 잔 마실 시간만 있었다.

10년 만에 본 친구는 나잇살이 조금 붙어 있었다.
그 얼굴을 보며 나도 그만큼의 시간을 건너왔다는 걸 알았다.

잠깐 서글퍼졌다가 곧 서로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친구에게는 조급함이 없었다. 그 모습이 편안했다.

나이가 든다는 게 항상 슬픈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그때 처음 들었다.


친구는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자고 했지만 나는 숙소로 돌아왔다.

오래된 친구는 오랫만에 만나도 설명이 필요 없다는 걸 다시 알았다.

저녁을 준비하면서 괜히 손이 느려졌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 대해서도...

말로 다짐하지 않아도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

오늘은 그 생각을 그냥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