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제주 한달살기 26일차_2026. 2. 6.(금)
숙소 근처 칼국수 집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 카페를 찾다가 문을 열었다.
직장 동료 딸이 먼저 들어갔다가 금방 나왔다.
“엄마, 이모…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한 분이 그림 배우러 오셨어요?라고 했어.”
그때 그곳이 카페가 아니라 화실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어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두 번째 날이었다.
어제는 스케치를 하고 하늘을 칠했다.
오늘은 바다를 칠했다.
파도 위에 얹힌 빛이 자꾸 탁해졌다.
물감을 덧바를수록 처음 색이 사라졌다.
선생님은 붓을 잠시 내려놓고 멀리서 한 번 보라고 했다.
수강생들과 이런저런 말을 나누었다.
아이를 제주 국제학교에 보내려고 내려왔다는 사람, 퇴직 후 처음 그림을 배운다는 사람.
선생님은 오래 직장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그만두고 이 마을에 머물렀다고 했다.
돌창고를 고쳐 화실을 만들었다고 했다.
말을 들으면서도 나는 바다를 한 번 더 덧칠했다.
어제는 이틀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오늘은 네 번도 어려울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는 자수를 놓았다.
천 위에 꽃이 한 땀씩 올라왔다.
옷을 만들 때는 바닥에 천을 펼쳐두고 쵸크로 선을 그었다.
가위를 넣는 소리가 또각또각 났다.
밤이 깊어도 재봉틀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 옆에 앉아 남은 천 조각을 만지곤 했다.
엄마 손은 늘 바빴다.
무언가를 자르고, 잇고, 다듬었다.
오늘 화실에서 바다를 덧칠하다가 생각했다.
엄마라면 이 바다를 어떻게 칠했을까.
그 생각을 하다가 가만히 손을 들여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