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제주 한달살기 27일차_2026. 2. 7.(토)
아침부터 흐렸다.
눈발이 조금씩 날렸다.
중산간을 넘어 중문으로 오니 맑은 하늘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셋째 언니와 넷째 언니, 조카가 왔다.
셋째 언니는 일정이 있어 내일 먼저 돌아간다.
언니를 위해 이왈종 미술관에 갔다.
나는 여행 초반에 이미 다녀온 터라 셋만 전시를 보고, 나는 소라의 성 북카페로 향했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점심시간에는 잠시 쉽니다(12시~13시)”라는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소정방폭포 쪽으로 산책을 하고, 미술관 옆 카페에 들어가 카페라떼를 주문했다.
테이블은 하나뿐이었다.
기념품을 보러 들어오는 사람들 사이에 내가 가운데 앉아 있었다.
잠시 자리를 옮겨야 하나 생각했다.
그때 이층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여 사장님께 묻고 계단을 올라갔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언니들과 조카를 기다렸다.
관람을 마친 셋과 카페 테라로사로 갔다.
십 년 전, 3학년 담임을 함께하던 동료들과 왔던 곳이다.
중정의 귤나무는 그대로였다.
통창 아래 자리는 이미 다 차 있었다.
넷이 함께 앉아 커피를 마시고 사진을 찍었다.
쇠소깍으로 갔다.
효돈천이 바다와 만나기 전, 깊게 고여 있는 자리.
계곡물을 따라 걷다가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다리를 건너 주차장의 반대편 길로 섰다.
아침 눈은 기억나지 않을 만큼 볕이 따뜻했다.
길 끝까지 걷고 돌아오는 길,
천과 바다가 만나는 저 얕은 곳을 건널 수 있을까.
서로 그런 말을 했다.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봄볕 같던 빛이 흐려졌다.
저녁은 별돈별에서 먹었다.
지난번 친구들과 왔던 자리였다.
언니들과 조카가 웃으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나는 맞은편 자리를 한 번 더 보았다.
그 자리에 엄마가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딸들과 손녀 사이에 가만히 앉아 계셨을 것 같았다.
젓가락을 내려놓고 잠시 물을 마셨다.
빈웃음이 났다.
그날은 그렇게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