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제주 한달살기 28일차_2026. 2. 8.(일)
미친 듯이 눈이 내렸다.
셋째 언니가 오후 비행기로 대전으로 가기 전에 미사를 보기로 했다.
아침 일찍 나섰다.
코너를 도는 순간 차가 반바퀴 돌아 섰다.
잠깐 숨이 멈췄다.
눈 때문인지 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었다.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핸들을 다시 잡고 천천히 금악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에는 5분 늦게 들어갔다.
신부님은 눈을 뚫고 온 형제자매들에게 덕담을 하셨다.
오늘 오기로 한 외국인 학생들은 폭설로 오지 못했다고 했다.
준비했던 강론 대신 즉석에서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외국에서 봉사하시던 시절, 한국 음식이 그리워 직접 음식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성당 안에 웃음이 번졌다.
미사가 끝나고 우리는 성당 문 앞에서 신부님과 악수를 했다.
신부님의 악수와 미소가 남았다.
성당을 나와 맞은편 이시돌센터로 갔다.
셋째 언니는 김창열미술관을 가고 싶어했지만 눈이 허락하지 않았다.
성물방을 둘러보고 카페 창가에 앉았다.
잠깐 해가 비치면 “지금 출발할까?”
짐을 챙기려 하면 다시 눈이 쏟아졌다.
우리는 더 이상 계산하지 않고 창밖을 보기로 했다.
목초지 위에 하얗게 내려앉은 눈.
바람에 쓸리는 소리.
주방 쪽 통창으로 눈이 천천히 떨어진다.
그 풍경을 보며 엄마는 늘 아이처럼 말했다.
“아가, 눈 오는 거 봐라.”
그때의 눈이 오늘의 눈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