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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Oct 09. 2020

나라는 계절에 선의가 쌓이다

매주 금요일이 되면 가족 외식회가 열린다. 일주일 동안 애쓴 엄마, 아빠, 딸이 모여 밥을 먹는다. 고기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대부분 양념갈비, 삼겹살, 이베리코, 한우 등으로 메뉴 선정을 한다. 늘 가는 단골집이 있고 가끔 새로운 가게로 도전을 한다. 지나가는 길에 조명이 예뻤던 고기 집을 눈여겨보고 그 주에는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정갈한 반찬들과 쾌적한 테이블은 여느 가게와 비슷했다. 그런데 다른 점 하나가  있었다. 고기를 가져다주면서 집게를 두 개를 가져다주었다. 보는 순간 생각이 달리기를 시작했다.

   

고기 집에 가면 고기를 같이 굽고 싶어도 늘 한 사람만 구워야 했다. 종종 젓가락으로 같이 고기를 뒤집지만 생고기를 젓가락으로 잡으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어느 정도 굽기 전까지 기다리곤 했다. 두 개의 집게는 고기 앞에서 어느 타이밍에 들어갈까 대기하는 시간들을 증발시켰다. 발상의 전환이었다. 두 명이 함께 구울 수 있었다. 사소해 보이는 생각이었지만 처음 느껴보는 배려였다. 집게를 두 개 주는 곳은 처음 보았다. 늘 보던 풍경 밖의 세상이었다. 늘 하던 행동과 다른 행동에는 사이에는 아이디어가 샌드위치처럼 끼워져 있다. 작은 차이의 배려로 두 사람이 같이 고기를 구우며 맛있는 시간을 보냈다.    


사물로 배려받기도 하지만 사람의 마음으로 받는 배려도 있다. 오전 10시 srt기차를 타기 위해 부지런히 집을 나섰다. 탑승 20분을 남겨 놓고 역 안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토요일이어서 그랬는지 지하 3층까지 차들이 가득 차서 주차를 할 수 없었다. 주차장에 있던 안내 아저씨가 댈 곳이 없으니 나가라고 했다. 그때부터였다. 식은땀이 흘렀다. 예약해 놓은 기차를 타야만 하는데 시간이 촉박했다. 내 차의 기어는 중립이 되지 않아 이중주차도 되지 않았다. 다급한 마음에 아저씨에게 부탁했다.   

 

“제 차가 중립이 안 돼서 이중주차도 못하거든요. 아저씨에게 차 키를 드릴 테니까 빈자리 생기면 옮겨주심 안될까요?”    

다급함에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했다. 아저씨는 펄쩍 뛰셨다.    

“무슨 차키를 받아요? 그런 거 없어요. 빨리 나가요.”     


지금 내려가야 기차를 탈 수 있었다. 주차장 밖에도 딱히 주차할만한 공간이 없었기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살면서 당황스러운 일들이 종종 있었는데 그 날이 그랬다. 포기하고 주차장을 나가려고 지하 3층에서 지하 2층으로 올라갔다. 지하 2층에는 그 층을 담당하는 아저씨가 따로 있었다. 실망한 표정의 나를 보고는 물었다.    


“몇 시 차예요?”

“10시 5분이요.”

(시계를 보시고는) “어라 얼마 안 남았네. 잠깐 기다려봐요.”     


가득 차 있는 차들 사이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니시며 자리가 있는지 찾으셨다. 그 모습을 모는데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나를 위해 저렇게 애써주시다니 감격스러웠다. 아저씨의 마음이 주차되어 있지 않고 내게 달려왔다.         

 멀리서 뛰어오시며

“ 여기 한 자리 났네. 빨리 가서 주차해요.”

하셨다.          

“정말요?”    


은인이었다. 자기 딸과 손녀의 일인 것처럼 온 맘 다해 해결해주셨다. 아저씨에게 밥솥 뚜껑처럼 몇 번이나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서둘러 내려갔다. 숨 가쁘게 달려서 겨우 기차에 몸을 실었다. 긴박했던 시간 속에 해피엔딩을 맞게 해 주신 건 다 아저씨의 선의 덕이었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살다가 많은 마음을 주고받는다. 귀여운 마음, 사랑스러운 마음, 날카로운 마음, 뾰족한 마음, 축축한 마음, 풍만한 마음, 따사로운 마음, 뜨거운 마음 등…….



아저씨에게 받은 마음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꺼지지 않는 보일러 같은 마음이었다.    

나 역시 종종 할아버지를 보고 지하철 자리를 양보하고 무거운 짐을 이고 계단을 올라가는 아주머니의 물건을 나누어 들고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 내가 한 일들은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기울이는 일 정도였다. 아저씨에게 받은 마음은 폭포처럼 느껴졌다. 흠뻑 젖은 고마움은 갚을 길이 없었다. 황급히 기차를 타느라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    


기차가 달리는 내내 아저씨에게 좋은 일이 가득히 바랐다. 번지는 초록 풍경 속에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동시에 살면서 우연히 받은 무수한 마음들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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