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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Jan 03. 2023

꿈은 김치가 아니다. 누군가의 꿈에 소금 뿌리지 말기.



<남의 > 모임에 참석한 날이었다. 서로 처음  사이였지만 모두의 공통점은 진취적이고, 호기심이 많다는 것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내년, 서로의 버킷리스트를 나누었다. S 내년 목표는 월급의 70% 저축하는 , 안나푸르나를 트레킹 하는 것이라고 했다. S 목소리는 확신에  있었지만, 여기저기 우려의 말이 쏟아졌다.    


 

“70%요? 요즘 물가 비싼데, 그게 가능해요?”

“안나푸르나요? 평소에 등산 좋아하세요?”

“일단 우리나라의 ‘악’ 들어간 산부터 가야 할 것 같은데...”     



잘 들어보지 못한 큰 꿈 앞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본 사람이었지만, 눈빛에 총기가 있고, 과거 다채로운 경험을 소유하고 있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신뢰하는 듯했다.     


“저는 궁지에 몰아넣어야 이뤄내는 스타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중간크기의 꿈보다는 큰 꿈을 목표를 세워요.”     


궁지에 몰아 놓는다는 표현을 썼지만, 도전에 열의가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보기만 해도 건강한 사람을 보는 듯 내 정신에도 생기가 돌았다.     


 

스스로 한계를 규정하는 사람이 많다. 나 조차도 혼자 해외여행을 간다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운전도 동네 운전만 한다. 서울에서 운전한 후 끼어들기를 못해 원하는 목적지에 가지 못한 적이 있었다. 도전적인 분야도 있지만 신체와 관련되어서는 안전을 지향한다. 그래서일까? S꿈은 꿈 자체로 멋졌다. 꿈은 할 수 있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말할 수 있었다. 할 수 없다고 믿으면 말할 수 없는 것이 꿈이다. 그것이 실현되느냐는 차선의 문제였다.



이런 대화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유튜브 교육대기자 TV를 보게 되었다.

주언규 PD가 질문에 이런 말을 했다.     

“부자들의 자녀교육은 어떤가요?”

“그들은 자녀들이 무엇을 하고 싶다고 할 때, 네가 할 수 있겠어? 네가 감히? 이런 말을 안 해요.

나는 사업을 할 거야.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그러려면 이런 사람을 만나볼까? 라던지, 공장을 견학해 보자.라고 해요.

자녀가 공무원을 할 거야. 말하면 그럼 세종시를 가볼까? 하는 식이에요.

꿈을 인정하고 지지하죠.”     



비슷한 두 이야기를 접하며 꿈에 초지지 말자고 생각했다.

꿈은 김치가 아니기에 소금을 칠 필요가 없다.      




누군가의 꿈을 듣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일단 꿈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용기의 순간이다. 한순간의 말로 툭 나오기는 했어도, 당사자가 그 꿈을 품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것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깊게 생각할 수도 없다.


오래 묵혀 나온 생각을 진지하게 듣는 일. 정도만 하는 것도 꿈의 좋은 매너다.    


            

얼마 전, 아이가 학교에서 몇 번의 연극을 하고, 연기에 흥미를 느꼈다. 평소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에도 배우들의 감정을 잘 찾아냈다. 연기를 더 해보고 싶다고 하기에 연기학원을 찾아보았다. 집 근처에는 없고, 차로 20분 거리에 학원이 있길래 문의를 드렸지만, 초등부는 운영하기 않는다고 했다. 아이의 꿈을 지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나로서도 실망스러웠다. 그 후에도 초등학생 인원이 더 생기면 반을 개설해달라고 요청했고, 얼마 후 연락을 받아 희망을 품었지만 각 학생들의 시간표 조정실패로 연기수업의 꿈이 다시 증발되었다.      

세상의 기준인 수학과 영어 학원 말고, 아이가 원하는 것 한 가지는 꼭 배우게 하고 싶었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의 꿈은 한발 물러서야 했다.      

몇 달 뒤, 아이에게는 새로운 꿈이 다시 생겼다. 보컬수업을 받고 싶다고 했다. 다행히 동네에 보컬학원이 있었다. 등록을 했고, 첫 수업을 앞두고 있다.      

부자는 아니지만, 아이의 꿈을 응원하고 싶다.

꿈을 품어본 사람은 안다. 꿈은 생물 같아서 움직이기도 하고, 죽기도 하고, 성장하기도 한다.

꿈은 좀처럼 잘 태어나지 않기에, 꿈이 태어나기만 하면 희소식.

잘 돌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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