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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Jan 11. 2023

곤경에 빠진 나를 구한 건, 유튜브씨




유튜브는 단골식당 같았다.

취향에 딱 맞는 것만 잘 고르면 그 후부터는 행복이 보장되었다.     


/

프랑스 미대생 <인토니>

화목한 가정사가 엿보이는 먹방 <최씨>

패션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의 센스 <알꽁티브이>

감각적인 남의 집 구경 <래리>

새로운 책 소개 <민음사티브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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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만족시키는 채널을 찾았을 때는 설렜다. 어릴 때, 일요만화를 기다리는 마음이었다. 취향뿐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자기 계발도 하고, 철학, 과학 공부도 할 수 있었다.  


유튜브에게 고마움을 느낀 건, 자동차 리모컨 배터리를 교체하면서였다. 차키는 집의 도어록처럼 “배터리를 교체해 주세요.”라며 친절히 말하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갑자기 뚝. 왕래를 끊었다. 리모컨 배터리가 갑자기 닳으면 차 문도 못 열고, 운전도 못하게 되어 불편했다.

배터리를 사다가 바로 갈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아무리 차 리모컨을 둘러봐도 여는 홀더가 없었다. 그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튜브를 검색했고, 작은 홈을 파서 열면 내부를 볼 수 있었다. 동영상으로 설명이 되어있어, 쉽게 배터리를 바꿀 수 있었다. 영상 속 주인에게 절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또 한 번은 신춘문예 응모를 앞두고 A4용지가 똑 떨어졌다. 왜 하필 이런 때에 그런 일이?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고 이런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쓰려고 사다 둔 재생용지를 넣어 인쇄를 진행했다. 그런데 종이 두께가 다른지, 프린터기가 컥컥거리더니, 멈추었다. 종이가 낀 것이었다. 이런 일은 전에도 종종 있었기에 침착하게 프린트기의 뒷면을 열었다. 그런데 전의 것은 잉크프린터였고, 이번에 구입한 것은 레이저 프린트여서인지 구조가 달랐다. 새 프린트는 롤러가 내부에 들어가 있어, 종이가 어디에 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보이는 종이는 다 뺐는데도 자꾸 에러가 났다. 악몽이 되살아 났다.



대학교 때, 시각디자인과 수업에는 늘 맥으로 그래픽 작업을 하고, 프린트를 해서 과제로 제출했다. 그런데 내 컴퓨터만 자주 고장이 났다. 왜 나만, 늘 내 컴퓨터만 고장 나는 건지, 몇 초면 끝날 일도,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한 시간씩 걸리곤 했다. 기계가 말이 통하면 대화라도 나눠보고 싶은데 말을 통하지 않으니 억울했다. 그런 일이 여러 번 있었기에 그 후 내게는 프린트 울렁증이 생겼다.      



디자인일을 그만두며 잊힌 기억이었는데, 종이 먹은 프린트를 앞두고 악몽이 되살아났다. 3분이면 끝날 일을 또 프린터 해보고, 잉크를 빼보고, 뒤 뚜껑을 열어보고, 나사가 어디에 있나? 해체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급기야 동네의 프린터집은 어디에 있는지 검색을 했다.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답답했다.



원고는 다 완성되어 프린트해서 보내기만 하면 되는데, 프린터 네가 뭔데 내 앞길을 막는 건데? 또 멱살을 잡고 싶어졌다. 몇 번을 다시 시도해도 종이가 들어가다가 또 먹히고, 또 먹히기를 반복했다. 새벽 시간, 누워 하얀색 천장을 바라보다가 진정을 하고 다시 시도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창문을 열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또 시도하기를 반복했다.

      

그때, 유튜브가 떠올랐다. <프린트 용지 걸림>이라고 치자, 마치 우물 안에서 금도끼가 나오듯 우리 집 프린터와 똑같은 사진이 있는 영상이 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클릭했다.      


아저씨

나의 아저씨   

  

기사님이 친절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용지가 걸렸다면 프린트 아래를 확인해 보세요.”     



어머머머

“이 육중한 네모 상자 아래가 이렇게 뚫려 있다니..”



충격적인 한마디였다.      

그것도 모르고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뒤에서 종이를 뺐다가를 반복했다. 몇 시간의 무지가 말 한마디에 깨달음으로 변했다. 왜 진즉 유튜브 찾아볼 생각을 못한 건지....



나의 미련함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겨울, 밤만 되면 온몸이 가려웠다. 심각했다. 긁으면 시원했기에 온몸을 나도 모르게 긁다 보면 몸에 오선지처럼 상처가 여기저기 나 있었다. 화장품 가게에 가서 바디 크림을 사서 바르기도 했지만, 그걸 잠시 멈추기라도 하면 두드러기가 난 듯 온몸이 가려웠다. 봄, 여름, 가을 아무렇지 않다가 겨울만 되면 이러는 게 이상했다.


 낮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상처 내며 12월을 보내다가 문득 유튜브가 생각났다.

(왜 늘 유튜브는 나중에 생각날까? 문제가 심각해지면 찾아보는 습성이 있는 듯하다.)



<밤마다 가려움>이라고 검색하자 여러 영상들이 나타났다. 그중 신뢰가 가는 영상 하나를 골라 보기 시작했다.           



  


<몸은 생체변화>

1. 낮과 밤의 생체 변화가 있는데

밤이 되면

염증을 증가시키는 Cytokine 분비 증가

염증을 완화시키는 스테로이드 호르몬 감소

---> 염증 증가로 밤에 더 가려워짐     



2. 피부로 혈류량이 증가

체온 증가

---> 피부온도를 증가시켜 가려워짐     



3. 피부의 수분손실로 건조함이 증가해 간지러워짐.     



예방법으로 보습제 바르기, 자기 전 반신욕 피하기, 잘 때 온도를 서늘하게 하기.

<출처: 밤이면 밤마다 가려워~ / 피부심 유튜브>     






낮에는 좀 서늘하게 있더라도, 자는 중에는 뜨끈한 방에 자고 싶어 온도를 24도까지 올려놓곤 했다. 그게 원인인 것 같아 바로 그날 저녁부터 온도를 22도로 낮추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긁느라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는데, 가려움이 사라졌다. 이제야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었다.      

온도를 뜨끈하게 높인 게 문제였다니, 몰랐다면 올 겨울 계속해서 긁고 고통스러워하며 잠들어야 했을 것이다. 사실 작년, 재작년 겨울도 이랬으니, 몇 년만의 해결책을 찾은 것이다.  


         

자동차 키를 못 열고, 프린트가 고장 나고, 가려움으로 고통받을 때, 나를 구한 건 유튜브씨였다. 유튜브는 단지 유희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부르기만 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 내게 잘못이 있다면 늘 뒤늦게 부른다는 것이었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삶의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고 애쓰지 말자.

우리에게는 현명한 유튜브가 곁에 있다.       



    

또 무슨 일이 있다면 유튜브를 제일 먼저 찾을 것이다.      

그 곳에 있는 슈퍼맨, 슈퍼우먼을 만나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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