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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Jan 16. 2023

골프, 꼭 배워야 하나요?

일주일에 한 번, 미술관을 찾는다.






에르빈 부름 작품

작가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예술이라는 언어로 표현하는 모습을 만나면 삶의 생기를 얻는다. 옷을 13 겹쳐 입고 몸의 조각이라 칭하고, 유년시절 추억이 있는 바위가 사라진다는 말에   내내 바위의 본을  소장하는 .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예술이라는 도구로 다양한 것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연예할 때, 남편과 미술관에 함께 다녔다. 하지만 결혼 후, 그는 미술관은 잘 가지 않는다. 원래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부동산 공부를 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투자했다. 서운했지만 어차피 미술관은 혼자 가도 좋은 곳이기에 차차 적응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남편은 내게 등산을 같이 가자고 하고, 골프를 같이 치자고 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체력장 6등급에 달리기를 하면 늘 꼴찌였고, 뜀틀 위 구르기 시험은 공포 그 자체였다. 미대에 진학한 이유도 앉아서 그리기만 하는 정적인 내 성향과 잘 맞아서였다.      

그런 내게 등산을 가자고 말하는 것은 작은 스트레스였다. 그의 말대로 몇 번 등산을 했지만 산을 타는 궁극적인 즐거움 없이 긴 시간 올라가면서 동시에 내려갈 걱정을 했다.



시간이 흘러 그가 좋아하던 등산의 계절이 지고, 골프의 계절이 왔다. 골프에 재미를 붙인 남편은 내게 골프를 배우라고 권했다. 나이 들면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에 동의하지만 골프는 내게 흥미 없는 운동이었다. 난 골프채 살 돈에 책을 사 보고, 영화를 보는 게 좋다. 미술관을 가고, 박물관을 가고, 뮤지컬을 보는 게 좋았다.      



“여보, 백화점 좋아하잖아. 골프장에 가면 정돈된 잔디와 조경이 진짜 예뻐. 꼭 자연 백화점 같아. 거기에서 골프를 치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     

“백화점?”     



자연 백화점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골프는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드는 운동이기에 호기심만으로 진입하기 어려웠다. 골프를 자주 치는 남편의 대학원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었다. 17년을 친 선배부터, 골프를 잘 치고 싶어 헬스로 몸을 관리하는 후배까지, 그들의 골프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식사자리에서도 그 사람들은 “형수님 골프 배우세요. 그래야 같이 치죠.” 라며 권했다. 주위에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둘째 가져야죠.”라는 말만큼 “골프 배우세요. 골프 치셔야죠.”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궁금해서 물었다.     



“보통 각자 취미생활이 있잖아요. 테니스를 칠 수도 있고, 탁구를 칠 수도 있고, 독서, 미술관 가기 등 이런 취미들을 누구한테 잘 권하지 않거든요. 독서 너무 좋으니까, 꼭 책 읽어. 독서모임은 꼭 나가봐. 이러지 않아요. 그런데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꼭 골프 안 친다고 하면 볼 때마다 권하더라고요. 모든 사람이 다 골프를 칠 순 없는데, 왜 계속 치라고 권하는 걸까요?”     



남편이 아닌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 물어보았다.

17년을 쳤다는 선배가 말했다.    


 

“제 생각에는요. 골프는 함께 치는 사람들이 중요해요. 4명이 함께 움직이고 오랜 시간 치다 보니까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더 즐겁고 덜 즐겁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함께 치면 좋으니까 자꾸 권하는 것 같아요.”     



그런 관점이라면 남편은 내가 좋아서, 함께 하고 싶어서 그런 거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골프를 안 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골프가 왜 좋은 건지도 궁금했다.   

  

“골프장이 같은 곳이더라고 그날의 바람, 그날의 사람, 그날의 계절에 따라 공이 떨어지는 위치가 달라요. 한 번도 같은 곳에 떨어지지 않죠. 그러니 매번 달라서 새로워요. 동일한 결과 값을 얻기 어려워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그 마음이 안달 나게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공을 치는 순간의 집중력도 좋고요.”     


이야기만 들어서는 알 수 없었다. 직접 경험해야 알 수 있는 오감 같았다.       


어느 날, 남편이 처음 필드에 나가는 날이었다. (머리 올렸다고 하는 것) 스코어 메모지가 책상에 놓여 있길래 봤더니, 남편의 점수가 제일 높았다.      



‘볼링도 잘 치고, 탁구도 잘하더니 역시 운동감각이 있네. 처음 치는데도 점수가 제일 높다니..’     



1등인 줄 았았는데 아니었다. 골프는 볼링과 달리 타수가 적을수록 높은 등수였다. 이건 골프를 쳐야지만 알 수 있는 정보였다. 그 일로 골프를 조금 칠 줄 알면 룰도 알게 되고, 대화가 통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아무리 쳐라 쳐라. 해도 내가 치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각자의 취미를 존중해 주었으면 좋겠다.

골프는 이제 그만 권했으면 좋겠다.       


골프는 세상의 취미 중 하나일 뿐.

세상에는 즐거운 것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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