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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Jan 26. 2023

5. 북유럽 인테리어를 보려고 스웨덴에 갔다.

스웨덴 여행의 조각

여행지가 정해지면 비행기 표를 사고, 숙소를 고릅니다. 스웨덴의 분위기를 잘 느끼고 싶어 <에어비앤비> 앱을 열었습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지, 한국에 있는 호텔과 비슷한 구조의 집들이 많았습니다. 그중 세련된 그림들이 가득한 거실 사진 한 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관광지와 교통이 좋은 곳에 숙소를 잡아야 고생을 덜하는데, 사진 한 장에 반해 숙소를 예약했습니다.

이렇게 강하게 끌리는 숙소는 많지 않거든요. 예약한 곳은 손님에게 대여하는 공간이 아니라,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이었습니다. 스톡홀름에서는 조금 떨어진 외곽에 있었지만 다른 관광지를 포기하고서라도 꼭 그 쇼파에 앉고 싶어졌습니다.


비행기 연착으로 스톡홀름에 새벽에 도착했고, 공항 앞에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조용한 동네에서 여행가방의 바퀴소리가 적막을 찢고 요란했습니다.


낯선 나라의

낯선 동네에서

우리 집을 찾는 일은 여행에서 가장 긴장감이 흐르는 순간입니다. 안락한 집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긴장의 끈을 풀 수 있는데, 처음 간 곳이니 그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동 호수가 명확히 써져 있지 않은 5층 건물, 핸드폰 속 사진과 최대한 비슷한 건물을 찾아 두리번거립니다.



드디어 찾았습니다.

조용히 걸어 올라갑니다.

문고리에 걸어 있던 검은 주머니에 손을 넣었습니다.







그 안에 비밀번호가 적힌 상자가 들어 있었고, 번호를 맞추자 빌딩숲 모양을 닮은 열쇠가 등장합니다.

전자키에 익숙했기에 예쁜 열쇠 하나를 본 순간, 여행 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문을 열자, 하루가 넘는 이동의 시간 끝에 평온함이 찾아옵니다.






사진에서 본 거실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식탁에는 스마일 그림이 그려진 메모와 주인이 직접 고른 쿠키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작은 선물 하나에 환영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거실 곳곳을 살펴보았습니다. 창문에 일렬로 줄 서 있는 식물들, 하늘로 뻗어나가는 넝쿨, 윤기 나는 하트 모양의 잎 등 곳곳의 식물들이 잘 자라는 모습을 통해 집에 대한 주인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00년은 넘었을 듯 한 램프와 자주색 가죽 의자, 경쾌함을 부르는 노랑 스트라이프 화병과, 화려한 무늬의 접시, 선반 가득한 책과 바닥에 놓인 LP판. 취향이 가득 담긴 벽 그림까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집주인을 물건을 통해 만났습니다.






짐을 풀기도 전에, 박물관에 온 듯 집안 곳곳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올림픽 오륜기를 응용한 그림과 코코를 떠올리게 하는 해골소품. 거대한 돌을 들어 올린 듯 매달린 조명과 침대 위 바삭한 이불, 여행지에서 수집한 소품들까지...



스웨덴에 사는 한 가정은 이런 모습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곳곳이 예뻐서 북유럽 인테리어책을 통째로 읽는 듯 했습니다.


이층 침대가 놓여 있던 아이의 방 역시,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어디에서, 어떤 추억으로 가져왔는지 상상하게 되는 돌

주렁주렁 매달리 색색의 구슬 목걸이

공룡칫솔

클립을 연결해 만든 줄

도자기 하트 목걸이

새 모양의 모빌

마트료시카

패딩턴인형

보드게임

벽에 걸린 커다란 초콜릿 상자





졸려서 자야 하는데 잠들 수 없을 정도로 한 참을 둘러 보았습니다.

여러 번의 이사로 많은 물건들을 버리고, 미니멀하게 살자고 다짐했는데, 추억과 낭만이 가득한 공간에 오니 다시 이렇게 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간이 주는 힘이었습니다.





큰 창이 있어 환기가 잘 되는 주방은 바둑모양의 패턴으로 화려하지만 심플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냉장고에 빼곡히 붙어 있는 가족사진

야채와 과일에 있는 영양소가 그려진 포스터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패드

스파클링 워터를 만들 수 있는 기계

반죽기

요리책들

향신료 서랍

찬 장의 예쁜 컵과 그릇들



영화 속 누군가의 세트에 들어온 듯 했습니다.


각 종 향신료를 보며

'이 분은 요리를 잘하나 보다.'

반죽기를 모며

'빵도 구워 먹나 봐'

싱크대 위 주방 세제가 아닌 흰 가루를 보며

'환경을 생각하는 분이네.'

등 집주인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입체적으로 상상했습니다.



모든 공간을 다 훑어본 후, 그제야 짐을 풀었습니다.

낯설지만 곧 익숙해질 식탁에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컵라면을 끓여 먹고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눈을 뜨고 바라본 창 밖 풍경은 어느 숲에 들어온 듯 아름다웠습니다. 아침이 되자 어둠에 가려져 있던 초록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바람이 불자 큰 나뭇잎이 부딪혔습니다. 그 소리들은 기분 좋은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거실 한쪽에는 이렇게 작은 베란다가 있습니다. 고리로 연결된 문을 열고 나가자 신선한 바람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신기했던 건, 모든 창문에 철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점이었습니다. 활짝 열려면 그 끈을 떼어내야 했고, 늘 한 뼘 정도만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왜 그런 걸까?


아마도 북유럽은 바람이 세게 불기 때문에 창문이 '확'열리는 걸 방지하는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상점의 문들도 대부분 무거웠는데 그 이유도 바람 때문이라고 합니다. 문 하나에도 그 나라의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 신기했습니다.




<줄기마저 독특했던 집 안의 식물>



안방 창문으로는 놀이터와 마당이 보였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나와 놀기도 했고, 그 옆에서는 어른들이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비가 와도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가운데 마당을 중심으로 주택이 쭉 둘러 있다 보니, 어느 곳에 살아도 마당이 다 보였습니다.

집의 앞과 뒤가 서로 다른 모습의 자연으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거실 한 장의 사진을 보고 고른 것 치고는 360도가 아름다운 공간이었습니다.


또 반했던 건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맞은편 집의 현관문에 붙은 아이들의 메모나 그림이었습니다. 자기 집 문을 각자 귀엽게 꾸민 모습에서 웃음이 새워 나왔습니다. 복도 역시 누군가 붙어 놓은 건지 알 수 없는 조형물이 있었는데, 그 사이에 끼워진 낙엽들이 운치를 더했습니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본 주택 곳곳은 낭만적이었습니다.





저는 여행에서 숙소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낯선 곳에서 익숙함을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여행의 피로를 푸는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루 이틀은 시차 적응을 위해 관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걸 예상하고 외곽에 숙소를 잡은 건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한적한 동네를 구경하고, 산책을 하며 호수가를 거닐며 며칠을 보냈습니다. 집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렀습니다.


시차가 있는 곳에 여행을 하게 된다면 첫째, 둘째 날은 느슨하게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도심관광은 에너지를 충전해서 본격적으로 하는 것도 좋습니다.

다음에 또 여행을 하게 된다면 꼭 외곽에 있는 숙소 하나를 고르고 싶습니다.

여행이 끝나고 보니, 비슷한 분위기의 도심보다 외곽의 조용한 동네가 더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아마 이 집 덕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호텔들은 특별할 것 없었고

이 숙소가 북유럽인테리어를 가장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곳곳에 추억이 담긴 소품과

오래된 가구와

비비드한 소품

디자이너 조명

자연친화적인 침구와 세재 등




여러분이 생각하는 북유럽인테리어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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