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여행의 조각
스웨덴에 가기 위해 폴란드 바르샤바 공항에서 환승을 했습니다.
중간에 시간이 남아 공항 속 서점에 들렀습니다.
책을 좋아하기에,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놀이터에 온 듯 신이났죠.
이곳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표지를 디자인하는지, 어떤 식으로 책을 진열하는지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그중 눈에 띄는 책 표지가 있었습니다.
두 남학생의 뒷모습이 사랑스러운 그림이었습니다. 한 장의 그림만으로도 모든 상황이 설명이 되는 주제의식과 경쾌한 그림이 예뻐 그 책 앞에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이 생소한 표지를 보며 다소 놀라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본 적 없던 장면이어서 그랬나봅니다.) 그리고 들춰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사진을 찰칵 찍고 자리를 옮겼습니다.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도 어쩐지 이 책이 계속 생각났습니다. 여행 사진첩을 구경하다가 책 귀퉁이에 있는 넷플릭스 글자를 발견합니다. 바로 넷플릭스를 검색해 보니 <하트스토퍼>라는 웹드라마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제가 바르샤바 공항 서점에서 발견했던 그 책을 원작으로 만든 웹드라마였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1회부터 보기 시작하는데 한 순간도 멈출 수 없을 만큼 재밌고, 영상마다 청량함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지금부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트스토퍼>가 왜 이렇게 재밌을까? 이유를 생각해보았습니다.
1. 중등학교에서 게이라고 커밍아웃한 찰리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닉, 둘의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으로 펼쳐집니다. 환상의 캐스팅같아요. (그 외의 조연들도 개성 있어서 모두가 주인공 같은 기분이 듭니다.)
2. 성소수자들의 삶과 고민을 밀착하여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3. 이유 없이 비난하는 다양한 시선을 통해 나와 우리의 태도는 어땠는지 고민하게 합니다.
4. 사람의 외모와 성별은 달라도, 사랑의 모습은 같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랑의 감정이 섬세하게 잘 묘사되어, 보는 내내 닉과 찰리의 사랑이 순수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사회의 편견 속에서도 가족의 사랑은 뿌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습니다.
(밖에서는 수많은 시선과 싸우지만 가족은 모두 찰리를 사랑하고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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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소설은 누군가의 삶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경험하게 합니다. 분명 간접경험인데, 직접 경험하는 듯 감정이입이 되죠.
찰리가 말해요.
"나는 누군가의 인생을 망치기만 해."
이유 없이 스스로를 미워해야만 하는 상황과 절망의 말이 계속 맴돕니다. 인간은 누구나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말하지만 그건 이념일 뿐, 현실은 그렇지 못하는 상황들이 존재합니다. 누구도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하트 스토퍼>를 보게 된다면 그 편견으로부터 1mm씩 멀어질 수 있습니다.
인간은 불완전 하기에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깊게 이해하지 못해도 비난은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이유에서 <하트스토퍼>가 있는 줄도 몰랐던 분들을 위해 책이나 드라마를 추천합니다.
드라마 안에서 사랑이 피어나는 순간에 등장하는 스티커처럼
당신의 마음에도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견해가 피어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