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낯선 장면을 만나게 하고 새로운 감정을 배우게 합니다.
연착한 비행기에 몸과 짐을 실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승무원들이 활기차게 통로를 걸으며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했습니다.
살면서 폴란드 사람을 만난 건 처음이었습니다. 남, 녀 승무원 모두 비행기 통로를 꽉 채울 만큼 체격이 좋은 게 특징이었습니다. 보디가드처럼 든든했습니다.
이륙하고 얼마 있지 않아, 앞의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위의 선반에서 무언가 꺼내려는 듯했습니다. 혼자 힘으로 하려고 몇 번 시도하다가 키가 작아서인지 손이 닿지 않자 뒤 돌아 있던 승무원의 허리를 살며시 치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여자 손님과 여자 승무원)
뒤를 돌아본 승무원은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손님을 향해 말했습니다.
"Don't touch me."
단호하게 말하는 것 이상의 약간의 화 난 말투였습니다.
손님은 멋쩍어하며 가방 좀 내려 달라고 했습니다. 승무원은 가방을 내려 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저는 놀랐습니다.
'코로나 시기이기에 신체접촉은 불가한 것일까? '
'낯선 사람은 몸에 손을 대면 안 되는 것이 그 나라의 문화인가?'
이유를 알 수 없었기에 수많은 생각만 할 뿐이었습니다.
사실 놀랐던 건 우리나라의 승무원들의 친절에 익숙해서였는지, 무표정하고 심플한 승무원의 태도였습니다. 감정을 쏙 빼고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낯설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을 하는 다양한 태도가 존재하는 것뿐인데, 친절하고 다정한 응대가 기본값이 된 건 아닌지 되돌아보았습니다.
우리나라 백화점에서 직원들을 교육할 때, 3不 언어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고객은 그 어떤 말을 해도 직원은 하지 못하는 말이 있는 것이죠. 평등한 관계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례한 사람에게 그에 알맞은 반응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관점이라면 승무원이 생각하기에 기분 나쁜 행동이라면 단호하게 말하는 것이 특별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처음 보아서 낯설었던 장면 하나가 그동안의 고정된 생각을 흔들었습니다.
직업을 대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태도를 알게 되다니....
떠나기 전에는 예측하지 못했던 장면이었습니다.
(스웨덴 여행기는 장면별로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