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공항부터 맞이하는 그 나라의 글씨와 먹거리 그리고 주거형태다.
스웨덴에는 고층빌딩 대신 4-5층의 빌라가 많았다. 그리고 빌라에는 꼭 작은 베란다가 함께 있었다. 거리를 거닐다 보면 베란다에 나와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고, 지나가는 이웃과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우리의 베란다는 대부분 실내에 존재하기에 그 풍경이 낯설게 느껴졌다. 문득 궁금했다. 왜 스웨덴의 집들은 베란다가 있을까?
베란다는 햇빛샤워의 공간.
아마도 햇빛이 귀한 나라이기에 언제든 햇빛을 맞이할 공간을 둔 건 아닐까? 추측했다. 또한 저층의 주택들이 많아 가능한 구조 아닐까?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외부 베란다가 있는 아파트를 본 적이 있는데, 20층이 넘는 아파트로 추락의 위험이 높아 잘 이용하지 않는다. 고층은 외부의 베란다를 창으로 막아 놓기도 한다.)
베란다가 눈에 띄기 시작하자, 스웨덴 베란다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스톡홀름보다는 외곽의 주택 베란다들이 더 개성 있는 모습이었다.
예쁜 파라솔을 펴 놓은 베란다도 있었고, 나무 계단을 놓은 곳이 있었다. 다람쥐나 고양이 등 동물들이 올라올 수 있도록 마련한 듯 보였고, 이층에 동물들을 위한 먹이를 두어서 언제든 올라올 수 있도록 했다.
어떤 집에는 난간에 걸터앉은 화분이 있었다. 난간 홈에 껴서 비바람이 불어도 까딱없는 튼튼한 화분이었다.
대부분은 초록의 식물과 꽃으로 자기만의 정원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 많았는데, 그 중 유독 한 집이 눈길을 끌었다. 새들이 그 집으로만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짹짹짹'
소리가 음악이 되어 그 집 앞을 지나가는데, 연주회가 열린듯 했다. 왜 새들이 저곳에만 모일까? 가까이 가자 궁금증이 풀렸다. 아름다운 곡선을 자랑하는 거대한 나뭇가지 끝에는 새 모이통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새 모이는 세 통이나 푸짐하게 매달려 있었다. 새들의 뷔페처럼 그 누구라도 들러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새들에게 먹이를 주다니...
이 장면을 만나기 전까지는 늘 우리 곁에 공존하는 새들의 안부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어미새가 아기새를 위해 먹이를 구하기 위해 떠나는 장면을 수 없이 보았지만, 그건 새의 일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새 어미가 아니어도 새에게도 먹이를 나눌 수 있다니... 놀라운 깨달음이었다.
보이지 않는 주인의 새를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새들이 그 집 앞을 지나쳤을까?
얼마나 많은 배고픈 새들의 한 끼 식사가 되었을까?
스치듯 지나온 장면이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장면이다.
베란다라는 공간은 비슷하지만 그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각자의 마음에 달려 있다.
집 내부는 볼 수 없었지만, 베란다가 집의 명함인 듯, 집에 사는 사람들을 그려볼 수 있다.
우리 마음 안에도 저마다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들어 있다. 드러나지 않는 집처럼, 밖에서 보면 알기 어려울 뿐.
여행지에서 베란다를 통해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남들이 볼 수 있는 나의 작은 베란다는 어떻게 채워 넣을 것인가?라는 고민도 해 보았다.
여행에서 본 재미있는 장면들을 실어 나르고, 함께 이야기 나누며 풍성해지는 베란다를 만들고 싶어졌다.
비록 평면의 베란다이지만, 글을 통해 스쳐가는 사람들에게 스웨덴에서 보았던 새들의 뷔페처럼
'짹짹짹(글글글)' 경쾌한 소리가 들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