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역사도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나의 경우 싸이월드,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인스타그램을 거쳐 브런치북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전에는 단지 메모의 형식이거나, 일기였다면 그 후로는 공적인 글쓰기로 누군가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글을 써 왔다.
자신의 글쓰기에 맞는 플랫폼을 정하는 일은 중요하다. (다채널에 밀도 있게 글을 쓰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야 갈팡질팡하지 않고 하나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런치북을 이용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연말에 진행하는 출판프로젝트 때문이었다. 대형 출판사에서 책을 낼 수 있다는 매력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응모하는 꿈의 문. 신춘문예를 여러 해 응모하면서 그보다는 더 많은 사람을 뽑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매 해 응모작이 늘어나면서 그 또한 쉽지 않은 일임을 알게 되었다.
탈락의 충격은 있지만 당선되지 않더라도 의미 없는 일은 아니다.
누구나 한 때, 열정을 가지고 나만의 주제를 꾸준히 쌓아 올린 시간과 결과가 다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연말에 열심히 글을 쓰다가 당선이 안되면 글쓰기는 시들해졌다가 다음 해의 응모를 위해 또 열심히 썼다. 그러다가 브런치북에 꾸준히 글을 쓰게 만드는 일이 생겼다.
<공항에서 나를 미치게 하는 신발>이란 글이 3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상을 받은 것도 아니었는데, 다음 메인 화면에 등장한 것에 신이 났다. 동시를 쓰게 된 계기도 작은 상을 하나 받으면서부터였다. 누군가에게 대수롭지 않은 작은 일도 누군가에게는 삶의 방향을 바꿀 만큼 중요한 일이 된다.
30만이라는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 그때 글로 고민이 많은 시기였는데 새로운 방향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
몇 권의 책이 될 만큼 혼자 쓴 글들이 많았지만, 글들을 묶을 기획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출판기획 수업도 열심히 듣고, 어떤 글이 매력적일까? 혼자만의 글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가 닿을 수 있는 주제는 무엇일까? 출판사에게 매력적인 기획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그런 순간에 조회수가 늘어나면서 '그럼 브런치를 통해 공부하자.'라는 생각을 했다. 독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렇게 배우고자 하니, 작은 생각의 변화가 찾아왔다. 제목이 중요하다는 것.
제목이 흥미로워야 글을 읽어본다. 전에는 동시를 썼기에 비유적이거나, 아름다운 문장을 이용한 제목을 썼었다. 하지만 그 일 이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단어나 장소를 제목에 사용했다. 생각을 이렇게 바꾸고 글을 쓰기 시작하자 몇 번의 글이 메인에 소개되었다. 그렇게 제목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갔다.
/
브런치가 다른 글쓰기 플랫폼과 다르다고 느끼는 또 하나의 차이는 댓글이다.
다른 곳에 글을 쓰면 광고가 주르르륵 달린다. 그것을 확인하는 시간조차 낭비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브런치북은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인 모인 곳이기도 하고, 한 번의 심사 과정을 거친 후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그런지 댓글에도 품격이 있다.
스웨덴 여행에서 왜 슈퍼마켓마다 젤리가 많은 건지 결국 알지 못한 채 돌아왔는데, 댓글에 현지에 살고 있던 사람이 글을 남겨주었다. 스웨덴 사람들의 젤리사랑은 남다르다고 .. 젤리가 보이는 곳마다 그렇게 많이 있어도 부모들이 아이에게 절제해서 준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뿐 아니라, 내 글에서 부족한 정보를 보완해 주는 댓글, 그건 아닐 수 있다는 새로운 견해 등
막연한 비방이 아닌 건설적인 댓글을 보면서 대화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떤 플랫폼이든 장단점이 존재한다.
문제는 그 플랫폼을 대하는 자세이다.
하나의 글을 보고도 우리는 그 글을 본 사람의 수만큼 다 다른 생각을 한다.
브런치스토리는 꾸준히 쓸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고,
메인에 올라오는 글을 보며 요즘 사람들이 관심사를 알 수 있다.
가장 귀한 건 독자의 반응이다. 반응을 통해 글쓰기 방향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저마다 다른 사연으로 브런치스토리에 모였을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글을 쓰며
나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