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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Apr 13. 2023

집 안, 두 가게에서 알바 뛰는 딸

아이의 기획력



아이가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집안의 일을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에도 노력이 필요하고, 그 노동으로 인해 가족 모두 좋은 기분을 유지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고 싶었다. 나의 목적은 그랬지만 사춘기 아이라 그냥 하라고 하면 안 할 것이기에 방법을 제안을 했다. 자본주의의 원칙, 노동으로 돈 벌기.



화장실 청소 : 5000원

현관청소 : 2000원

분리수거 : 3000원

식기세척기 돌리기 : 3000원



아이브를 좋아하는 아이는 덕질에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해 제안을 받아들였다.   제일 꺼려할 줄 알았던화장실 청소를 하겠다고 했다. 가격이 제일 높아 그런   알았는데, 바닥 타일 사이를 칫솔질해서 깨끗해지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자기 방청소는 안하지만)

처음 화장실 청소를 시작할 때, 청소의 도구와 순서를 알려 주었다.



/

세면대, 수전의 물때 제거, 수전 틀의 곰팡이 제거, 하수구 구멍까지 닦아 반짝반짝 을 낼 .

변기 뚜껑에서부터 변기 안으로 들어가는 순서로 닦아야  .

타일 사이사이는   칫솔로 문릴러 닦고 마지막엔 물을 뿌리고 , 하수구의 머리카락제거할 .

/



방법을 알려주니 아이는 제법 잘 해냈다. 몇 번 하다 보니, 옷이 다 젖는다며 청소 전에는 반바지로 갈아입는 계획적인 모습까지 보였다.


언젠가 친구들에게 자기는 화장실청소로 용돈을 번다고 했더니.

"난 안 벌고, 안 할래."라는 말이 돌아왔단다. 그런데 아이는 청소 후, 뿌듯해해서 그 점 역시 고맙고, 기특했다. 억지로 하라고 해서 할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실의 화장실청소를 주기적으로 하고 있는데, 어느 날 안방에 있는 남편 혼자 쓰는 화장실도 청소를 하고 싶다고 했다.

"아빠 화장실 너무 지저분해서 내가 한 번 깨끗하게 청소해주고 싶어."

난 그 순간, 거기 하면 거실 화장실청소를 안 할 것 같아 뜨끔했다. 하지만 아이의 열정을 말릴 수 없었다.


주말이 되어, 아이가 남편에게

"아빠 내가 화장실 청소 해줄까?"

"그럼 너무 좋지."

"그런데 아빠 화장실은 거실보다 더러워서 돈을 좀 더 받아야 해."

"그래? 얼마나?"


아이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데 남편이 아이에게 물었다.


"고사장님(나)은 얼마 주는데?"

남편은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부인한테 고사장이라니? 몰입을 제대로 해서 웃음이 나왔다. 순식간에 집 안에 두 개의 가게가 생겼다.


"고사장님은 5천 원 줘."

"그래? 아빠 화장실은 더러우니까 좀 더 줄게. 근데 일단 다 하고 나서 금액을 정할게."

"그래."

"아빠는 또 아빠만의 방식이 있으니까, 화장실 청소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알려줄게."


아이는 또 안사장님이 쓰는 청소도구와 방법을 새롭게 익혔다.


"아빠는 뭘 쓰는 게 많네. 일단 나 시작 한다."


아이는 또 반바지를 갈아입고 열심히 화장실 청소를 했다. 그리고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아빠를 불렀다.

안사장은 화장실에 들어가 보고 탄성을 질렀다.


"진짜 깨끗하네. 내가 한 것보다 낫네. 잘한다."

"그럼 내가 경력이 얼만데...."


안사장님은 너무 만족스러워하며, 다음에도 또 와달라며 고사장님네보다 2배 많은 만원의 알바비를 지급했다. 그걸 지켜본 나는 아르바이트생을 뺏길까 두려웠다.


이제, 일 잘하는 우리집 알바생 모시기 전쟁이 시작되지 않을까?

이렇게 빨리 알바비(몸값)가 오를 줄 처음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아이는 이렇게 집 안에서 흥정하는 법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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