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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Apr 25. 2023

질문을 해야 하는 이유?


평소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참지 않고 질문한다. 돌이켜 보면 학창 시절의 나는 질문을 열심히 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나서는 것 같아 궁금해도 참았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질문의 효용을 경험한 뒤로는 질문러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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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토),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광화문역에 내렸다. 무슨 행사가 있는 건지 태권도복을 입은 학생들이 가득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연령층도 다양했고, 태권도복을 입은 외국인, 군인도 있었다. 몇 만 명은 돼 보이는 인파에 압도되었다. 도대체 무슨 행사일까?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현수막도 걸려 있지 않아 알 수가 없었다. 궁금해 참을 수가 없어 길을 가다가 자녀를 데리고 나온 부모가 보이길래 물어보았다.


"오늘 무슨 행사를 하는 거예요?"

"기네스북 도전하는 거예요."

"무슨 기네스요?"

"태권도 품새 동작을 함께 해서 최대기록을 세우는 거예요."


질문한 후에야,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그래서 전국 각지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던 거구나 이해가 되었다. 질문하지 않았다면 뭘까? 뭘까? 궁금해하며 답답한 채 계속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약속 장소에 가서도 미결사건처럼 내내 궁금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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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동네에 새로 생긴 카페에 갔다. 상호명이 1119였다. 119는 알아도 1119라니, 특이했다. 핸드폰 번호 뒷자리일까?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싶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왜 카페이름이 1119에요?"

"아 제가 오늘 처음 일해서요. 사장님께 물어보고 알려드릴게요."


직원은 내게 오는 길 내내 웃으며 다가왔다. 무슨 일일까?

"사장님이 그러는대요. 본인 생일이래요."

"아~~"


그 이야기를 듣고 직원과 같이 웃었다. 저 멀리에서 사장님은 겸연쩍어했다. 본의 아니게 처음 만난 사장님의 생일을 알아버렸다. 이렇게 심플한 상호명이라니... 앞으로, 잊으래야 잊을 수 없는 카페이름이 되는 순간이었다. 질문은 이렇게 의외의 재미를 가져다준다. 밋밋한 일상에 특별한 스토리를 더해 준다. 그걸 몇 번 경험한 후, 궁금한 건 바로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질문은 일상의 조미료였다.


물어봐서 손해 보는 상황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질문하면 뇌에 소화제를 마신 듯 답답함이 가시고 시원해졌다. 질문이 습관이 되면 쉽지만, 습관이 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아이가 콧물이 나와 소아과를 찾았다. 대기번호가 10번. 소아과에 사람이 많았다. 앉아서 대기할 자리가 없길래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안에 들어갔던 아이가 대기 화면을 보며, 뭔가 이상하다고 했다.


"뭐가 이상해?"

"아니 내가 먼저 왔는데, 나중에 온 사람이 내 번호 앞이야."

"그래? 그럼 가서 간호사 언니에게 물어봐."

"싫어."


잠시 뒤,

"정말 말이 안 돼. 이번에도 또 내 앞에 없던 이름이 생겼어."


불합리함을 참지 못하는 사춘기 아이였다. 가서 물어보면 간단히 해결될 일을 이상하다며 끙끙 앓기만 할 뿐, 물어보려고 하지 않았다.


"왜 안 물어봐? 그렇게 궁금한데..."

"물어보기 창피해."


질문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나에게 쉬운 질문이 아이에게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아이가 자발적으로 물어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게 잘 안될 때는 내가 본보기가 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서 물어보았다.


"우리 딸이 궁금해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자기 번호 앞에 자꾸 새로운 번호가 뜬다고 하는데, 왜 그러는 걸까요?"

"아 그게, 예약자가 오면 먼저 배치되어서 그래요."


아이에게 그 말을 전하니 그제야 이해가 된다며 울분을 가라앉혔다.


이렇게 질문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물어보지 않고 씩씩대기만 하면 나만 해로웠다. 대부분의 일상에서 먼저 알려주는 법은 드물다. 내가 궁금한 것은 먼저 물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물어본 사람에게 성의 없이 답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질문은 세상에 떠다니는 물음표를 적극적으로 없애는 일이다. 나에게 가장 이롭다. 남들은 모르는 정보를 나만 알 수 있게 하는 묘약이다. 질문의 재미를 모른다면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질문을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이런 방법을 제안했다.


"외국여행을 갔을 때, 언어가 통하지 않아 아주 사소한 것도 묻지 못하는 답답함이 있었잖아. 그런데 여긴 한국이잖아.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쉽게 질문할 수 있어. 궁금하면 물어봐. 어렵겠지만 시도해 봐. 엄마에게 물어보듯이...


그래야 금방 답답함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그래야 신경 쓰이는 일의 꼬리를 자를 수 있어."



질문은 정신건강에 이롭다. 질문은 평온함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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