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하연 Apr 28. 2023

처음, 외국에서 영어를 안쓰는 이유를 말하다






학원에서 전화가 왔다.


"00 이가 시험을 보았는데, 점수가 고루 잘 나와서 한 단계 높은 반으로 가도 될 것 같아요."

"그래요? 올라가면 뭐가 좀 달라지나요?"

"아무래도 과제의 양이 좀 많아지고, 중학교 과정의 영어가 선행될 예정이에요."

"그럼 아이와 상의해 볼게요."




"그런데 선생님, 하나 궁금한 게 있어요. 아이가 영어를 좋아하고, 동시통역도 잘하길래 저희가 여행을 갈 때 간단한 말이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스웨덴, 치앙마이를 갔을 때, 영어 한마디를 안 하더라고요. 학원 공부가 회화와 아예 동떨어진 건 아니지 않나요?"

"그렇죠. 어떤 친구는 그날 배운 말, 집에 가서 엄마와 대화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친구도 있구나. 저는 아이가 수학은 안 좋아해도 영어는 좋아하니까 살짝이라도 말할 줄 알았는데... 가서 택시에 타서 기사와 영어로 대화를 나눌 때에도 좀 들었으면 좋겠는데, 이어폰을 딱 끼고 아이브 노래만 듣더라고요. 영어공부 좀 될까 싶어 여행 간 것도 있는데 말이죠."

"그렇지 않아도 00 이한테 여행에서 말 좀 했냐고 물었는데



선생님 제가 거기까지 가서 영어를 해야 해요?

한국에서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하더라고요."





처음 듣는 말이었다. 아이의 마음이 그랬다니... 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매번 내 생각과 달랐다. 그럴수록 독립된 개체임을 실감했다. 기대를 했다가 놀라고, 기대했다가 실망하고를 반복했다.



실전 영어를 위한 여행이, 굳이 거기까지 가서 영어를 해야 하냐는 반론을 만나게 될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영어를 즐기길 바라는 건 내 욕심이었다. 아이는 영어는 그저 학교 공부의 한 분야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

아무리 좋은 기회의 장도 본인의 마음이 없다면 기회가 될 수 없었다. 갈수록 기대의 설정값을 0으로 놓아야만 우리 사이에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말로는 아이를 독립된 자아라고 하면서 머리로는 계속 내 뱃속에 있던 순간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르겠다.



거의 접점이 없는 요즘,

잘 받아들이지도 않기에 말하는 것도 강요가 된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차이를 만나게 될까?

다름이 많이 발견될수록 기대 없이 아이를 바라볼 수 있을까?




사춘기 아이는 모르는 사람, 옆 집 아이 대하듯 하라.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학원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앞으로 갈 수많은 여행에서도 아이에게 영어를 쓸 것을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굳이 외국 가서 영어 쓸 필요 있나요?



와!

내 딸만 아니라면

그 의견, 참 신박하고 당차다.



아이와 나 사이


매거진의 이전글 처음, 공짜이모티콘을 거절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