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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Jul 10. 2023

처음, 핸드폰 사용시간을 정하다

와이파이 없이 어떻게 살아?

아이에게 핸드폰을 늦게 사주고 싶었다. 핸드폰이 생기는 순간, 본인 스스로 억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핸드폰을 가지고 싶어 했다. 반 친구 중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아이는 수업이 끝나면 핸드폰이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 멀뚱히 서 있었다. 아이의 눈물과 눈빛, 말에 흔들렸다. 그래도 신념을 지키고 싶었지만, 남편은 아이가 그렇게 가지고 싶어 하니 하나 사주자고 했다. 그렇게 남편과 아이의 의견일치로 아이는 2학년이 되어 핸드폰을 갖게 되었다. 타협점은 전화만 되는 핸드폰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아이의 갖고 싶은 마음이 해소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새로운 욕망이 생겼다. 제페토 게임, 카톡, 번개장터, 쇼츠 보기, 유튜브, 토스 앱 깔기 등 인터넷 바다는 끝이 없었다. 초기에 시간제한을 설정하는 앱인 ‘zem’을 깔았지만, 소용없었다. 1시간을 설정해도 어떻게 된 일인지, 핸드폰을 3, 4시간을 가지고 놀았다.



이 끝없는 줄다리기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팽팽해졌다. 숙제하는 시간을 빼고 계속 핸드폰을 하더니, 언제부터는 수학 숙제마저 하지 않았다. 걱정이 되었다. 즐겁기만 한 핸드폰 세상에서 무엇을 접하는지 알 수 없었고, 쇼츠를 통해 무의미한 시간이 줄줄 새어 나갔다.



학생으로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집중력이 필요한데, 핸드폰은 집중력을 방해했다. 핸드폰 사용이 늘어날수록 학업에 필요한 집중력은 줄어들었다. 열심히 풀고자 하는 마음은 쉽게 증발했다. 이런 상황이 되기 전까지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다. 내가 제안하고, 아이가 다시 제안하는 등 6번도 넘게 서로 방법을 모색했지만, 소용없었다. 아이가 먼저 숙제 다 끝내고 한다고도 했지만, 그게 말처럼 지켜지지 않았다. 내가 와이파이를 껐다가 켰다가 하는 일을 하는 것도 번거로웠다. 갑자기 끄면 왜 끄냐고 또 싸움의 불씨가 되었고 영어 숙제하려면 와이파이를 켜야 한다고 해서 꺼 놓기로 한 와이파이를 켜면 어느새 숙제를 하다가 삼천포로 빠졌다.







어떤 때에는 핸드폰을 넣어 놓는 상자까지 샀지만, 며칠뿐, 매번 갖다 넣어 놓아라, 금방 넣겠다고 반복하다 큰 소리가 날 뿐이었다.      

아이와 중요한 일로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매번 핸드폰을 가지고 언성을 높이니 삶의 질도 떨어졌다. 핸드폰에 빠져 있기 전에는 그림도 그리고, 책도 보고, 아이클레이로 작품도 만드는 등 다양한 일을 스스로 했는데, 고학년이 되고부터는 핸드폰 말고는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다시 변화가 필요했다. 나중이 되면 되돌릴 수 없는 학습 태도를 위해서라도 방법이 필요했다. 이번에는 선을 빼는 게 아니라, 아예 와이파이가 꽂혀 있는 기계를 분리했다. 일주일 중 원하는 요일 하루만 정해 연결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는 갑자기 사라진 자유에 이해할 수 없다고 했지만, 그동안 환경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아 내린 결정이었다고 이야기했더니, 큰 반론을 제시하진 못했다. (몇 년 동안의 자기의 모습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     



“이건 엄마가 생각한 방법이지만, 언제든 좋은 의견이 있으면 엄마한테 이야기해 줘. 그 제안이 괜찮으면 지금껏 그랬듯이 받아들일 수 있어.”     

억울해하는 듯 보였지만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했으니 며칠을 골똘히 생각했다. 일주일이 지나도 생각이 잘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웬만한 건 그동안 다 했던 것 같아서 다른 방법이 잘 안 떠올라.”     

그렇게 와이파이가 없는 채 일주일을 보냈다. (그 사이에도 아이는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영화들을 자주 보았다. 완벽한 상태는 될 수 없었다.)



주말에 아이는 집에서 쉬고 싶다면서 엄마, 아빠만 나갔다 오라고 했다. 우리는 장을 보러 갔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다 보니 4시간 흘렀다. 집에 가니 아이는 씻고 있었다.      

“오늘 뭐 했어?”

“내가 옆집 와이파이를 연결하려고 시도했거든. 그런데 비밀번호가 우리라 달라서 안되더라.”     


혼자만 간직해야 하는 비밀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에게 이야기했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그랬을까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아이의 방과 옆집의 방이 마주하고 있으니, 그 방법을 떠올린 것이 기가 막히면서도 한편으로도 재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남편이

      

“옆집 찾아가서 와이파이 비번 좀 알려 달라고 해. 그냥 부탁할 수 없으니까 음료수 하나 사서 가야지.”     

유머에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 나 그럴 용기는 없지.”

“아쉽네.”

“엄마보다 옆집이 빠른 거 같은데.”


그 말을 듣는데, 아빠가 아닌, 윗집 삼촌이 이야기하는 듯했다.      

“엄마, 포토 카드를 사려면(아이브 덕질 중) 실시간으로 연락해야 하는데 일주일에 하루만 와이파이를 켜는 건 너무해.”

“와이파이를 켜면 멈추기 어려운 거 알잖아. 잠깐만 잠깐만 하면서 계속하게 돼. 엄마가 너 좋아하는 걸 막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네 의지로도 잘 안되니까 의지를 발휘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려는 거야.”

“그래도 하루만 열면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그러니까 숙제 다 끝나면 그때 연결해 줘. 그래도 잘 때까지 하면 몇 시간 못해.”

“그렇게 하루에 일정 시간을 한다고 해놓으면 지키기 어려워. 밤에 하면 안 자고 계속하게 되잖아. 그럼 이건 어때? 엄마가 아침에는 연결해 놓을게. 학교 가기 전 잠깐 카톡을 해. 그 후로는 쭉 꺼 놓고 주말 하루만 핸드폰 쓰자.”

“그럼 나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핸드폰 해도 돼?”     




오늘도 평행선처럼 서로의 의견을 만나지 않는다. 다시 아이의 의견으로 일주일 해보고, 내 의견으로 일주일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 후 우린 다시 만나 규칙을 정하기로 했다. 벌써 일곱 번째 협상이다. 앞으로 우리가 몇 번의 협상테이블에 앉을지 모르겠다.      



어쩌겠는가? 휴대폰이 이렇게 삶 속에 뿌리 깊게 침투한 것을. 포기할 순 없다. 우리는 이 길을 가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사는 어른과 아이의 숙명 아닐까? 와이파이가 고맙지만 아이들 학습에서는 야속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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