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상대의 마음이 진심인지 아닌지 헷갈릴 때가 있다. 꽃이나, 식당 앞 음식 모형을 볼 때도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진짜 음식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얼마 전, 지인의 렌털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돌잔치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입구부터, 테이블 위, 주인공이 서는 메인 상까지 꽃들이 가득했다. 초록, 연두, 민트 컬러의 소재와 파스텔톤의 꽃이 가득해 프랑스의 어느 소도시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작정하고 꾸민 화려한 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피어 있는 들꽃 같았다.
연출한 것인데 인위적이지 않아 감탄했다. 우리가 앉은 테이블 위에도 꽃이 있었다. 초록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물줄기를 닮은 센터피스에는 주홍빛 앵두가 달려있었다. 이쯤 되니 다른 테이블의 꽃들도 궁금해졌다.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꽃투어를 했다. 어떤 테이블을 거베라가 둥글게 모여 있는 디자인이었고, 어떤 테이블은 방울꽃이 종처럼 매달려 있었다. 테이블 아래에도 꽃이 놓여 있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건 조화였다. 조화가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안 이후로는 모든 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가운데 돌상에 놓인 꽃을 두고, 친구와 진짜인지 가짜인지 토론했다.
“소재가 다양한 걸 보니까, 진짜인 거 같은데….”
"조화같은데..."
“아니야. 조화는 저렇게 자연스러울 리 없어. 딱 티 나잖아.”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서 가까이 다가갔다. 조화였다. 뭔가 속은 기분이었다. 속상한 마음에 자리에 돌아왔다. 그러다 왜 속상하지? 내 감정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조화는 죄가 없었다. 나 혼자 조화를 두고, 생화일 거라고 기대했다. 조화면 어떻고, 생화면 어떠한가? 조화는 조화로 태어나 조화로서의 영원의 삶을 살고, 생화는 생화로 태어나 잠깐의 삶을 산다. 그들의 특징은 달랐다. 둘이 한 공간에서 만나 조화로움을 이루기도 했다. 보기에는 잘 어울렸다.
조화가 나보고 생화라고 한 적은 없었다. 나 혼자 착각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비슷한 기대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대들은 갈등을 만든다. 상대를 인정하는 것은 평생의 과업처럼 어렵다. 시부모님은 며느리에게 전화를 자주 할 것을 기대한다. 며느리는 의무감에 전화를 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라는 것. 그대로를 바라보지 못한다. 상사는 직원에게 업무효율을 높이길 바란다. 그것이 직원의 최선인지는 알지 못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하루의 일과 중 정해진 시간에 맞춰 숙제할 것을 기대한다. 아이는 학교, 학원에 다녀와 쉬고만 싶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보다는 끊임없는 기대를 한다. 조화가 조화여서 좋다. 조화 나름의 멋이 있네.라고 인정하는 마음이었다면, 돌상에 놓인 꽃다발이 조화라고 외면하진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도 자기 모습대로 각자의 자리에 있다. 그 모습을 보지 못할 뿐이다. 직장에서, 가족 안에서, 친구 사이에서 서로의 모습을 그대로 보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들었다.
내가 그들이 원한 사람이 아니라며, 실망한다면 얼마나 속상할까?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느끼듯, 나도 누군가를 그렇게 바라보고 싶어졌다.
조화를 바라보며 기대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