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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Sep 24. 2021

불안 진통제

( 크리스마스트리 )

<유미의 세포들>이라는 드라마에는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몸속 세포들로 표현한 다. 꿈 세포, 이성 세포, 호기심 세포, 패션 세포, 사랑 세포, 감성 세포 등등. 어떤 행동을 할 때, 보이지 않지만 내 안의 세포들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것도 아주 귀엽게 말이다.    

  

팬데믹 시대의 불안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중되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맞닿는 것도 불안하고, 식당에서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하는 것도 불안하고, 함께 어울리다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까 불안했다. 혼자만의 시간은 스스로를 어두운 동굴 속으로 밀어 넣었다. 빛을 거부해야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안이 기본값이 되는 세상이었다.   

   

내가 있는 곳은 어둠 속인데 손바닥 안의 작은 세상은 크리스마스트리의 조명처럼 반짝거렸다. 시기와 질투는 나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만 작동한다고 했다. 아니, 나의 욕망이 향하는 길에 있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일이라고 했다.

글 쓰는 일을 좋아하게 되면서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몇 년 동안 신춘문예를 응모하면서 쪼그라진 마음으로 1월 1일 당선된 사람들을 바라보기도 했고, 브런치 북 대상자들의 인터뷰를 찾아 듣기도 했다. 


사업을 해서 성공하고, 주식을 해서 많은 돈을 벌고, 회사에서 승진을 하고,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질투 세포가 생기지 않았다. 마음 세포는 온통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만 향해 있었다. 얼굴을 모르는 누군가에게도 이런 마음인데, 친구의 책이 잘 나가면  부러움의 세포가 고개를 들어 몸집을 키워갔다. 그럴 땐 태풍처럼 질투의 부피가 커지지 않도록 다른 세포를 등장시켜야 했다.     


친구가 그곳에 닿을 때까지의 과정을 보았다. 망해가는 직장에 끝까지 남아 스스로의 권리를 찾던 인내심, 날마다 글을 썼던 성실함, 장마철 운영하는 학원에 폭우가 쏟아져 교실이 물에 잠겨 복구를 하며 정상화시켰던 노력들, 주변에 도움을 주려고 애쓰는 마음 등.


지금 친구가 받고 있는 박수뿐 아니라 보려고 하지 않으면 보지 못하는 성실함과 인내의 과정을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면 어느새 부러움 세포 옆에 존경 세포가 다가와 있었다. 수많은 과정의 시간을 연마해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나의 불안 진통제였다.

    

또 다른 방법도 존재했다. 글쓰기 수업에서 만난 선생님은 소설을 쓰는 작가인데, 주변에 누군가 책이 잘 나가면 이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지금은 저 사람의 시대가 온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살다가 한 번씩 전성기가 오기에, 조급해할 필요 없어. 나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는 것. 곧 올 것이야. ’     


그런 생각들을 한다고 했다. 생각의 화살은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그 방법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았다. 나를 믿고 나아가는 것. 불안의 증상은 비슷한데 처방법이 달랐다. 불안을 대처하는 저마다의 방법을 들여다보고 공부하는 것도 좋을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살면서 불안과 고통이 없을 수 없다. 마음이 괴롭고 힘들 때, 저마다 진통제 하나씩 꺼내 먹을 수 있다면 고통을 머무르게 하지 않고 스쳐가게 할 수 있다. 





< 오늘의 언박싱 _ 크리스마스 트리 >


한 달 정도 만끽하고 열 한달 정도는 구석에 있어야 하는 트리의 효용성을 

몇 년간 고민만 하다가 결국 트리를 샀다. 

기분 좋은 것들 대부분은 비효율적인 것들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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