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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Sep 30. 2021

도서관 미스터리

( 커피 우유 ) 

도서관에만 가면 희한한 일이 생겼다. 책장 빼곡히 채워진 책들을 보며, 어떤 책을 읽어볼까 고민하는 것도 잠시. 들어간 지 몇 분 되지 않아 배가 부글거렸다. 평소의 나는 화장실을 규칙적으로 가는 편이 아니었다. 집에서는 물론, 여행을 가서도 볼일을 보지 못해 애를 먹었다. 일상생활 속에서 굳게 닫힌 문은 도서관만 가면 자동문처럼 열려 닫히지 않았다. 처음 몇 번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갈 때마다 그런 일이 일어났다. 심지어 이사를 몇 번 해서 다른 도서관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커피를 마시면 10명 중 3명이 변의(배변하는 싶은 느낌)가 든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책, 고유의 종이 냄새도 이런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책 좀 보고 싶은데…….  

   

배는 책을 시기했다. 반복되자 습관이 되었다. 환영받지 못하는 습관 말이다. 도서관에 들어설 때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 바로 화장실에 갔다가 열람실로 가면 좋으련만, 처음에는 괜찮다가 꼭 서가에 들어서서 2, 3번째 책을 고르려고 하면 신호가 왔다.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책에서 무언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장을 자극하는 호르몬이 있는 걸까? 도서관과 배변 활동의 관계에 대한 논문을 찾아보고 싶었다. 나만 이런 건지 도서관을 즐겨 찾는 친구에게 물어봤지만 친구들마다 그런 경험이 없다고 했다. 도서관은 아니지만 자기도 특정 장소에 가면 배에서 신호가 온다고 했다. 어디냐고 물었더니, 시댁이라고 했다.    

  

“이상한 게 꼭 시댁만 가면 잠잠하던 배가 요동을 쳐. 시댁 거실이랑 화장실이 가까워서 모든 소리가 다 들리거든. 소리만 문제겠니? 냄새는 또 어떻게 하니? 한두 번이 아니라니까. 가면 꼭 그래. 갈 때마다 얼마나 민망한지 몰라.”     


공감을 얻고자 시작한 질문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내 고민도 심각했는데, 나처럼 심각한 친구의 이야기에는 어쩐지 웃음이 났다. 대화 끝에 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친구가 최근 애플 에어팟을 샀다고 했다. 노이즈 캔슬링(외부의 잡음을 감소시켜 주는 기능) 기능이 너무 좋아서, 시끄러운 카페에 가서 글을 쓸 때도 몰입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나한테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 또 시댁에 갔는데 신호가 온다? 그러면 어머님 귀에 에어 팟을 끼워드려. 그리고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실행시켜. 그럼 네 소리가 안 들릴 거야.”     


에어팟은 위급한 순간에도 우리에게 감동을 줄 것이다. 


그나저나 나의 미스터리는 언제 풀리려나? 

혹시 여러분 중에도 저와 비슷한 사람 있나요?       






< 오늘의 언박싱 _ 커피 우유 >


커피는 바닐라 라떼를 좋아한다. 

바닐라 라떼 중 바닐라 파우더를 넣은 커피를 좋아하는데 

대부분 바닐라 시럽을 쓰는 곳이 많아서 실망할 때가 많다.

그러다 알게 된 커피우유.

웬만한 카페의 라떼보다 맛있다.

동네에 나와 같이 커피우유 마니아가 있는지 어떤 날은 편의점에 커피우유만 없어서 못사는 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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