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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Jul 25. 2023

오징어 튀김이 뭐라고?

“이런 손님은 별로야.”

떡볶이를 먹다가 귀를 쫑긋 세웠다. 아들과 엄마가 하는 분식집에서 남편과 점심을 먹고 있는데, 쿠팡으로 떡볶이 주문이 들어온 모양이었다. 

“떡볶이 국물 많이 달라고 하고, 어묵 국물도 달라고 하고, 단무지도 없는데 단무지도 달라고 하면 어쩌라는 거야….”

“조용히 말해. 손님 듣겠다.”     



다 들었다. 주인으로서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요청사항이야 괜찮지만 세 가지 요청사항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때 나도 주인과 비슷한 감정이었다. ‘이런 남편 별로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앉기 전, 키오스크 기계로 떡볶이를 주문했다. 떡볶이 1인분, 순대 1인분을 고르고 튀김을 골랐다.     



“나 오징어 3개 먹을 거야. 당신은 오징어 먹을 거야?”

“아니. 난 만두랑 김말이 먹을래.”

“진짜 안 먹을 거지? 당신이 오징어 먹으면 4개 시키게.”

“안 먹을래.”     




계산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나왔다. 떡볶이 한 입 베어 물고, 이곳은 맛집이라는 생각이 빠르게 찾아왔다. 그다음 튀김을 먹으려고 아무 생각 없이 꼬치로 찍었다. 그 순간이었다. 남편이 정색하며     


“아까 오징어 안 먹는다며? 그래서 4개 시킨다고 했잖아.”    


 

난 내가 포크로 어떤 걸 찍었는지도 전혀 몰랐는데, 그게 오징어였다. 그게 그렇게까지 정색할 일인가? 싶었다. 오징어가 무려 6조각이나 있었다. 그중 내가 하나를, 그것도 실수로 집어 먹은 것뿐인데, 죄인이 된 것 마냥 성을 내는 바람에 입맛이 도망가버렸다. 치사하고, 서운하고, 얄밉고, 그가 옹졸해 보였다. 꼴 보기가 싫었다. 순식간에 오징어튀김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내 기분이 오징어가 되었다.    


  

“치사하네. 안 먹어. 실수로 먹을 수도 있지. 뭐 그거 가지고 그렇게 정색하냐? 오빠도 나 과자 먹을 때, 하나만, 하나만 하고, 커피 우유 먹을 때도 한 모금만 하면서 뺏어 먹잖아. 그거랑 뭐가 달라?”

“이건 달라. 내가 시킬 때, 몇 번이나 물어봤잖아.”   


  

다툼의 이유가 사소하고 유치해서 더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그만두었지만, 그 일은 내내 마음속에 상처를 남긴 채 아물지 않았다. 점심을 다 먹고, 카페에 가는 길, 차 안에 남편이 손을 잡길래 “오징어튀김이나 하나 주지.”라며 홍어처럼 톡 쏘아붙였다.


“나 앞으로 오징어튀김은 기분 나빠 못 먹을 것 같아.”라고 내 마음을 우회하듯 말했지만, 그는 “맛있어서 또 잘 먹을걸.”이라며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 상대의 감정이 격해지는지 우리는 모르며 산다. 나도 그에게 오징어튀김이 그토록 중요한 것인지 만난 지 18년 만에 처음 알게 되었다. 

상대의 감정적인 말투로 인해 나의 기분까지 요동친다는 걸 알게 된 날이기도 했다. 나는 말투에서 쉽게 상처받았다. 견고하고 돈독하다고 자부했던 우리 사이가 오징어튀김 하나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감정은 작은 충격에도 깨지는 탕후루 같았다.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그 귀한 오징어튀김 하나를 남겼다.       





<오늘의 감정기복>              

치사하다 : 행동이나 말 따위가 쩨쩨하고 남부끄럽다.

옹졸하다 : 성품이 너그럽지 못하고 생각이 좁다.

서운하다 : 마음에 모자라 아쉽거나 섭섭한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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