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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Dec 06. 2023

버스 안에서의 불길한 느낌

버스는 불특정 다수가 탄다. 4시의 날씨는 뿌연 안개가 낀 듯 새벽 같았다.

7분쯤 기다린 버스는 천천히 정류장으로 들어섰다. 버스에 타자마자, 앉을 곳을 모색하고 뒷문에서 두 번째 뒤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잠시 뒤


"제가 현금이 없어요. 죄송합니다."

뒷좌석에서 어떤 말이 들려왔다. 버스 안에서 듣는 말 치고는 어색했다. 무슨 일이지? 머리를 굴려본다.

또 같은 말이 반복되었다.

"제가 카드밖에 없어서요."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말. 뒤를 돌아보았더니 맨 뒤에 앉은 남자가 몸을 기울여 내 뒤에 있는 여성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등 뒤에 있는 일이었기에

그 남자가 어떤 말을 했는지 들리지 않았고, 여자의 말만 들려왔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여자는 두 번의 거절 후, 친구와 통화를 했다. 뒤 남자가 말을 붙이지 못하도록 대처한 듯 보였다.

갑자기 내 심장도 덩달아 두근거렸다.


워낙 흉흉한 소식들이 이어지는 세상이고,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불안이 엄습했다.

그 여자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길 바랐는데, 계속 그 자리에 있었고 그 정체불명의 남자는 계속 어떤 말을 소곤거렸다.


그 여자의 난처함에 내가 도움이 되고 싶은 동시에 나 또한 그 남자의 이상한 행동에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제는 아직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다만 이상한 느낌만 감돌 뿐이었다.


같은 말이 또 반복되길래 이번에는 뒤를 완전히 돌아 그 남자의 눈을 또렷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여자와 눈이 마추치길 기다렸다.

도움이 필요하냐고? 눈으로 말하고 싶었는데 그 여자는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이상한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 여자 손을 잡고 사람이 많은 버스 앞쪽으로 가고 싶었다.


길은 막혀 천천히 가는 버스가 야속했다. 아무도 없는 뒷자리는 너무 위험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리가 복잡하고, 눈동자가 흔들리고 이상한 말을 하는 그 남자가 무서웠다.


잠시 뒤, 그 여자가 뒷문 앞으로 갔다. 그래 잘했다. 라고 생각했다.


그 여자는 내리려고 간 것이 아니라, 그 남자를 피해 문 앞으로 갔다.

몇 정거장 뒤 내렸다. 다행히 그 남자는 따라 내리지 않았다.


버스에 뒷좌석에 남겨진 나와 그.

나는 언제 내릴지 눈치를 보다가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내렸다.


난처한 상황이 펼쳐질 땐, 어떤 대처를 해야 할까?를 생각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긴가민가한 상황들이 종종 있었다. 아니겠지 하면서 행동하지 못한 순간에 이상한 일들이 펼쳐진 적도 있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애매한 상황들. 20대의 나는 그 여자와 같이 무슨 상황인지 몰라 허둥지둥 댔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왜냐하면

삶 속에서 그와 유사한 문제들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갑자기

딸의 미래가

딸의 삶이 걱정스러워졌다.

어떤 상황에 누구를 만나게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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