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하연 Jan 10. 2024

1. 여행 후 산더미 같은 빨래, 어떻게 할까?


여행 후, 집에 왔다는 편안함과 밀린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불편한 감정이 뒤섞인다. 여행가방을 현관에 놓고 힘드니까 내일 정리해야지 다짐하지만, 당장 쓸 충전기와 화장품을 꺼내다 보면 결국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여행가방을 다 정리하는 나를 발견한다.


마음 따로 몸 따로인 상황이 여행마다 반복된다. 큰 비닐봉지 안에 빨래를 다 밀어 넣는다. 총 세 봉지가 나왔다. 주방의 끝 세탁실 앞에 놓고는 잠이 들었다.


하루 만에 호찌민의 여름에서 겨울로 건너왔다. 몸은 여름이 좋다는 듯 이불 안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불속에서도 눈에 걸리는 건 귀퉁이의 빨래들이다.


‘빨래 언제 하지?’


문제는 빨래에만 있지 않다. 냉장고도 텅텅 비어서 먹을 게 없었다. 아이의 방학이 시작되었기에 당장 식사를 준비해야 했다. 여행이 끝나면 바로 현실. 급하게 마켓컬리로 장을 보았다. 냉동실에 있는 불고기를 꺼냈다. 현실에 대응해야했다.


냉장고 문을 열때마다 곁의 빨래 봉지가 보였다.

‘빨래 언제 하지?’


빨래를 이토록 버거워하는 이유는 초기 디스크로 허리를 굽히는 일이 불편해서고, 이사하면서 세탁실에 건조기가 들어가지 않아 앞 베란다에 건조기를 따로 설치해서였다. 다 된 빨래를 허리를 굽혀 바구니에 넣어서 거실을 거쳐 안방으로 간다. 베란다에 있는 콘센트를 끌고 나와 전원을 연결한다. 젖은 빨래를 다시 건조기에 넣는다.

세탁기 바로 위에 건조기를 설치했다면 이렇게까지 세탁이 버겁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 비효율적인 동선으로 노동이 더해졌다. 집안일을 싫어하기 때문에 효율이 중요했다.


여러 번 여행을 다녀왔는데, 어떻게 그 빨래들을 다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유독 이번에는 왜 계속 미루는지 나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문득 아파트 어딘가에서 본 빨래바구니가 생각났다. 우리 동네에도 세탁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나? 평소에는 존재를 알고 사용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그 순간, 떠올랐다.

<런드리고> 앱을 설치하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의류 드라이, 이불 빨래, 생활 빨래 등 세탁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꼭 집밥을 해 먹어야 한다는 생각처럼 빨래를 누군가에게 맡기는 건 어쩐지 묘한 죄책감이 들었다. 세상이 변해서 밀키트도 나오고, 반찬가게도 이용하지만 빨래만은 맡길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견해의 차이가 있고, 한 사람 안에서도 영역별로 생각의 차이가 있었다.  어떤 건 괜찮고, 어떤건 안 괜찮았다. 생각이 나아가는 대목이 있고, 머무르는 부분이 있었다. 내게 빨래는 40년동안 생각이 멈추어진 분야였다.



산신령이 나무꾼에게  금도끼를 준 것처럼 런드리고 앱 안에 금 문구를 발견했다.

출처 ㅡ 런드리고

여행을 다녀오고 난 뒤

일시적으로 빨랫감이 많아진 경우.


홀린 듯 클릭했다. 처음 이용해 보는 거라 어떤 시스템으로 이뤄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가이드대로 봉지에 빨래를 담아 문 밖에 놓았다.

하얀 옷이나 귀한 스카프, 철사가 들어 있는 모자, 린넨셔츠등 빨래에 주의가 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두 봉지만 신청했다. 그날 밤, 골칫거리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빨래가 어떻게 올까? 설레기까지 했다. 그날 밤 10시에 내놓은 빨래는 하루 만에 내 품으로 돌아왔다.


냄새나고 구겨졌던 옷이 깨끗하고, 반듯하게 접혀왔다. 마치 문명을 처음 만난 사람처럼 눈이 커졌다. 두 봉지의 생활빨래는 28000원 (첫 이용이라 배송료 제외)

브런치 한 번 안 먹으면 가끔은 이용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왜 이제야 알았을까? 진즉 알았다면 여행에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을텐데...


여행빨랫감 해결 홍보대사가 되고 싶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이미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처럼 알고는 있지만, 행동에 옮기지 못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며칠 동안 나를 묶고 있던 여행빨래문제를 이토록 말끔하게 해결해 주었으니 말이다.

일상의 균형을 금방 되찾을 수 있어 좋은 선택이었다.


인간관계의 스트레스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지만, 빨래 스트레스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작은 고민들을 빨리 해결해야 다음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

여행 후 빠르게 평온을 되찾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

문제 : 호찌민 여행 후 넘치는 빨래를 어떻게 처리할까?

해결 : 런드리고를 활용해 생활빨래 서비스를 이용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버스 안에서의 불길한 느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