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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Oct 07. 2021

뜻밖에 알게 되는 것들

( 골드 키위 )

사람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작은 팁들이 있다. 나의 경우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과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팁이다. 과일 중에 골드 키위는 사자마자 먹지 못하는 과일이다. 싱싱한 걸 사서 바로 먹으면 딱딱하고 시다.

며칠 후숙 해서 먹어야 단맛이 서서히 올라온다. 아보카도처럼 친절하게 색으로 익은 정도를 알려주면 좋으련만 키위는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 어느 날은 세일 코너를 서성이다가 호랑이가 된 바나나 사이로 좋아하는 골드 키위를 발견했다. 그 옆의 복숭아는 색이 변하고 망고는 짓물러 있었지만 골드 키위는 검은 점도 없이 깨끗했다. 멀쩡한 키위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집에 돌아와 칼로 흠을 내고 깎기 시작하는데 미끄러지듯 껍질이 분리되었다. 동시에 향긋한 과즙이 뚝뚝 흘러내렸다. 한 입 베어 무니 딱 알맞은 정도로 달콤했다.     


 

아, 키위는 세일 코너에서 사야 하는구나.


세일 코너의 다른 과일들은 맛의 하강기에 있거나 먹지 못하는 것이었지만 키위는 아니었다. 후숙 할 필요 없이 집으로 가져오자마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과일이었다. 작은 키위는 순식간에 입 속으로 사라졌다. 앉은자리에서 3개는 뚝딱이었다. 딱딱한 키위가 익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좋았다. 그 후 세일 코너에 골드 키위가 등장하면 망설이지 않고 장바구니에 넣었다. 키위에 진심인 내가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었다.     



어느 날은 마트가 아닌, 백화점의 과일 코너를 찾았다. 예식장에 앉아 있는 하객처럼 과일들이 멋을 낸 것 같았다. 반짝거렸다. 늘 가던 곳이 아니었기에 어떤 과일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헤맸다. 멜론을 먹을까? 샤인 머스캣을 먹을까? 복숭아를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또 골드 키위 앞에 멈춰 섰다. 8개에 만원이었다. 팩에 든 키위를 집어 들고 계산을 하러 가려는데 또 키위 코너가 또 보였다. 감자처럼 낱개로 쌓아놓은 곳이었다. 그곳에 내가 산 키위보다 알이 더 커 보이는 키위 10개가 세일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같은 형태의 포장으로 옆에 그린키위 라벨이 붙은 것이 2개 있었고, 한 개만 골드키위 라벨이 붙어 있었다. 의심스러웠다. 그린 키위 라벨을 실수로 골드 키위라고 붙인 거 아닐까? 커피색 스타킹을 입은 키위의 속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비교했는데도 아리송했다.      


“이거 골드 키위 맞나?”     

혼잣말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과일을 고르고 있던 아주머니가 맞다고 했다.     

“정말요? 어떻게 아세요?”

“속이 좀 노란빛이 나는 거 같은데...”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그녀의 말에 확신을 더하고 뒤돌아서는데 아주머니가 나를 다시 불렀다.      


“혹시 모르니까 직원에게 물어봐요. 아니면 미안할 것 같아서...”

“네 그럴게요.”     


직원으로 보이는 분에게 물어보니 담당자가 아니라며 바나나 코너에 있는 분께 물어보라고 했다. 거기로 가서 물어보았다.     

“이거 골드 키위 맞나요? 혹시 그린키위일까 봐요?”

“골드키위 맞아요.”

“정말요? 그런데 어떻게 알 수 있어요?”

“골드키위는 껍질에 털 없이 매끈하고, 그린 키위는 털이 있어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골드 키위가 민머리라면 그린 키위는 스포츠머리를 한 듯 짧은 털이 있었다. 직원의 설명에 의심은 사라지고 확신이 생겼다. 전문가 덕에 키위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치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온 듯했다.


오늘부터 난, 눈 감고도 골드 키위와 그린 키위를 알아맞출 수 있다. 







< 오늘의 언박싱 _ 골드 키위 >


키위의 조형성이 아름답다. 껍질의 질감도 특별하다.

하나하나 들여다 보고 있으면 동그란 나무를 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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