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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Jan 13. 2024

트리를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 마음과 반납할 때 마음이 다르다.

책을 빌리러 가는 발걸음은 어찌나 경쾌한지! 하지만 이 주가 지나 반납문자를 받을 때면 "벌써? 이 주가 지났다고?"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스웨덴에서는 아이들이 도서관 책을 반납하고 용돈을 버는 경우가 있다는데, 그 알바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한국에는 없으니 나는 꾸역꾸역 옷을 입고 무거운 발걸음을 도서관으로 옮긴다.


12월에도 비슷한 마음이 든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 때에는 신이 나는데, 25일이 땡 하고 지나면 '트리 언제 접나?'라는 고민이 시작된다. 누군가는 다음 해 3월까지 트리를 그대로 두는 경우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다음 해까지 두는 경우도 있다.


네일아트를 하러 샵에 방문했다

가을에는 없던 돌아가는 트리가 있었다.


"트리도 진화하네요. 많은 트리를 봐왔지만 빙글빙글 도는 트리는 처음이에요."

"그죠? 너무 신기해서 이번에 공구로 샀어요. 설치할 때는 좋았는데, 지금은 언제 접나 고민이에요."

"저도 지난해에 만들어 보고, 트리 접는 게 힘들어서 올해부터는 안 만들어요. 창고에 그대로 보관 중이에요. 이런 샵은 트리를 만들면 여러 손님이 보니까 좋은 것 같아요."

"맞아요. 샵은 꼭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원래 트리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매해 꼭 트리를 설치해요. 밤에 불 끄고 트리의 작은 전구를 켜 놓고 커피 마시며 트리 바라보면 기분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트리멍이네요."

"네. 트리는 낮에도 예쁘지만, 밤에 특히 더 예뻐요."

"그런데, 트리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어요?"

"제가 어릴 때, 트리를 가지고 싶었는데.... 우리 집은 트리를 설치한 적이 없었었요. 그래서 크면 나는 꼭 집에 트리를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랬구나. 트리결핍이 있었네요."

"네. 남편은 어릴 때, 부모님이 교회 권사님이어서 집에 트리가 꼭 있었대요. 그래서 집에 트리가 없어도 상관없다고 하더라고요. 회사에서도 트리담당을 맡아서 트리만 보면 징글징글하다고 하더라고요."



트리를 놓고도 사람마다 다양한 경험이 존재했다. 12월이 되면 트리를 꼭 만들어서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도 있다. 꼭 내가 설치하지는 않아도 누군가 만들어 놓은 다양한 트리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트리를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대화였다.


나에게도 트리에 대한 기억이 있다.

언젠가, 대만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12월 크리스마스 기간이었는데, 호텔 창 밖으로 맞은편 집의 트리가 보였다. 수많은 여행 중 유독 그날의 장면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다. 노랑 도트가 반짝거리던 거실을 바라보며 분주하게 지나다니는 대만 가족들의 그림자가 연극 속 한 장면 같았다.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행복이 전염되었다.



우리는 초록의 플라스틱 잎이 가득한 트리가 가짜인 것을 알면서도 마음을 준다.

그 안에는 어린 날의 추억이 있고, 선물을 주고받는 기쁨, 산타를 기다리는 설렘 등 진짜 마음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접을 때 힘든 걸 알면서도 다음 해, 12월이 되면 커다란 상자를 열어 다시 트리를 꺼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년 내내 꺼져 있던 마음을 밝히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논픽션 매장의 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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