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여행
근육의 존재를 알려주는 타이 마사지를 좋아한다. 그래서 동남아로 여행을 갈 때면 한국에서는 잘 받지 못하는 타이 마사지를 받는다. 몇 번의 경험이 쌓이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처음에는 어떤 마사지사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고 여겼다. 사람에 따라 팔, 다리, 목, 등, 머리 등 전문 분야가 있었다. 누군가는 팔 마사지는 너무 잘하지만, 다리 마사지는 아쉬웠다. 같은 가게여도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기에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는 그날의 운과 같았다. 또한 길거리에 있는 샵보다 4배 비싼 호텔 안의 마사지사가 더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는 그냥 하루의 피로를 푸는 일 자체의 즐거움에 집중했다.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마사지사들의 정성에 감사했다.
최근에 간 타이 마사지샵에는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번호표. 가족 셋의 마사지가 다 끝난 후 직원들은 우리에게 초록색 번호표를 나눠 주었다. 그것으로 뭘 하는지도 설명하지 않은 채, 손에 쥐여주었다. 마사지 후 순두부처럼 부들거리는 몸을 이끌고, 옷을 알아 입고 아래의 로비로 향했다. 우리를 기다리던 직원이 투표함을 가리키며 이곳에 번호표를 넣으라는 몸짓을 했다. 상자에는 매우 잘함, 잘함, 보통, 못함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추측해보니, 숫자 카드는 우리를 담당한 마사지사의 번호였고, 마사지가 어땠는지, 바로 후기를 쓰게 하는 시스템이었다.
아이는 번호표는 넣으며 “매우매우매우 잘함인데, 그건 없네.”라고 했다. 보통은 마사지하고 끝인데, 이곳은 그 결과를 바로 이야기하는 시스템이었다. 안내문에는 ‘팁을 따로 받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것도 차별화된 점이었다. 고객으로서 얼마의 팁을 주어야 할지 고민하는 부분을 제거했다. 손님 입장에서 배려한 부분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그 지역에서 유명하고, 사람이 많고, 근처에 분점까지 가지고 있었다.
나와서 우리는 그날의 마사지 후기를 이야기했다. 노곤해진 몸 덕분에 마음도 부드러워졌다.
“근데, 엄마. 그 언니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 꾹꾹 눌러줘서 나는 시원했는데, 그 언니는 힘들 것 같아서.”
“맞아, 맞아 나도 그런 마음 들더라.”
“그리고 발 할 때, 발 냄새가 날까 봐 신경 쓰이더라고.”
(여행 일정 후 바로 방문했다.)
“근데, 샘샘이었어.”
“샘샘?”
“응. 내 발 만진 손으로 내 목도 마사지하고, 머리도 하니까. 샘샘이야.”
더러운 발을 만지게 해서 미안했는데, 언니도 내 발 만진 손으로 다른 부위를 마사지했으니 서로 샘샘이라는 것이었다. 뜻밖에 결론이었다. 그 말로 인해, 다른 나라에서 받은 타이 마사지가 떠올랐다.
다낭에서 받은 마사지는 발부터 씻어주었다. 가자마자 따뜻한 물에 비누칠해서 발을 씻었다. 그래서인지 그때는 지금처럼 마사지사에게 미안한 감정이 없었다. 치앙마이에서는 전신 타이 마사지 후, 손을 씻고 왔다. 그 후에 머리 마사지를 시작했다. 그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섬세한 배려였다. 가게마다 작은 차이들이 있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고객에 대한 생각의 양이었다.
어떤 곳은 차가 맛있고, 어떤 곳은 같이 내어 준 아이스크림이 맛있었다. 또 어떤 곳의 스낵은 집에 가져가서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싶을 만큼 치명적이었다. 거기서 알게 된 과자를 잔뜩 사서 가져온 적도 있다. 각각 다른 영역에서 고객들을 생각한 점들이 드러났다.
이렇듯 마사지는 보통 중요하다고 여기는 마사지가 끝이 아니다. 가게의 시스템과 고객을 대하는 태도, 청결, 음악, 향, 배려의 순서, 차와 디저트까지. 하나의 연주처럼 모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마사지의 세계가 이토록 섬세하다는 걸, 한 번의 경험을 통해서는 미처 알지 못했다. 다양한 나라의 마사지 경험이 쌓여가며 다른 특징들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여행에서 또 다른 마사지를 접하게 된다면, 어떤 장점들이 있는지 수집해야겠다. 사람을 향한 마음들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발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