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야마에 도착하고 비행기를 빠져나오면서 놀란 건 공항의 거대한 창문이었다. 물 얼룩 하나 없이 깨끗했다. 하늘의 쨍한 구름을 (유리를 거치지 않고) 두 눈으로 바로 보는 것 같았다. 공항 유리창에 감동하다니. 나도 내가 낯설었다.
마쓰야마는 한국인에게 친절한 도시로 유명하다. 공항을 빠져나가자마자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명소 쿠폰 북을 주기도 하고, 시내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탈 수 있다. 여름, 오후 1시의 더위는 숨을 헐떡이게 했다. 셔틀버스 한 차는 이미 만석이었기에, 우리는 다음 차를 기다렸다. 우리를 공짜로 호텔로 데려다준다는데, 더위쯤은 참을 수 있었다. 몇 시간 같은 몇십 분이 흘러 드디어 두 번째 셔틀버스에 탔다. 에어컨 바람은 단수된 수도꼭지처럼 졸졸졸 흐르듯 나왔다. 밖의 날씨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더웠다. 또 주문을 외웠다. 우리를 호텔로 공짜로 데려다준다는데, 더위쯤은 참아야지. 이것 말고도 찜질방 같은 버스 안에서 불평할 수 없었던 건, 할아버지 기사가 정차역마다 내려서 땀을 뻘뻘 흘리며 캐리어 가방을 내려주었기 때문이다. 운전하랴, 짐을 내리랴, 땀을 닦으랴, 그 모습을 보면 더위쯤은 사소한 것처럼 느껴졌다.
이번이 우리가 내릴 곳인가? 기대하고 실망하기를 두 번. 세 번째 역이 우리가 내릴 곳이었다. 앞에서 빠진 짐 덕분에 우리 짐은 한 번에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얼른 내려서 기사 할아버지의 손길이 닿기 전 빠르게 가방을 뺐다. 내린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아리가또고자이마스” 인사를 했다. 내린 사람 중, 한 팀이 분주했다. 인도에서 가방을 펼치더니 무언가를 다급하게 찾았다. 그리고, 버스에 타는 할아버지에게 뛰어가 김 하나를 건넸다. 그 팀도 더위에 애쓴 할아버지가 고마웠던 모양이었다. 나는 고맙다는 생각을 만두처럼 속에 품기만 했는데, 표현하는 아줌마의 모습을 보며 인류애를 느꼈다. 그녀는 무엇으로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오는 내내 생각했을 거다.
마음과 마음도 만나야 한다. 아무리 좋은 마음이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스칠 뿐, 전해지지 않는다. 다음 여행에서는 나도 허니 버터 아몬드(작은 사이즈)를 주머니에 넣어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타오를지 모르는 고마움을 소화기(작은 선물)로 진화시킬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