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된 아이는 가지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그것은 아이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는 의미였다. 중학교 입학하며 받은 용돈들로 지갑이 두둑해지자, 쇼핑질주가 시작되었다. 키를 재는 도구, 체중계, 침대 위에서 쓸 수 있는 테이블, 흘러내리지 않는 침대 패드, 전동칫솔, 쌍꺼풀 테이프 등. 종목도 다양했다. 집에 온 물건을 보고 있으면 아이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외모에도 관심이 많고, 침대생활을 지향했다.
중학교 입학축하금이 없던 초등학생 때는 아이의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못했다. 용돈을 쪼개 살아야 했을 때, 종종 마찰이 있었다. 사달라는 게 많았다. 부모로서 아이가 필요하다면 다 사주고 싶지만, 생활비가 정해져 있기에 다 사줄 수 없었다. 소비의 기준이 필요했다. 아이는 혀클리너를 사자고 했다. 기본적인 생필품, 샴푸, 스킨, 로션, 속옷 등은 꼭 사야 하는 것이지만, 혀 클리너는 꼭 필요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아이가 원해서 산 것들이 있지만, 몇 번 쓰지 않고 버려지는 것들이 종종 있었다. 뚜껑 달린 휴지통을 사달라고 해서 샀는데, 쓰다 보니 불편하다며 금방 싫증을 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혀 클리너도 몇 번 쓰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사춘기 아이는 자신의 청결에 관심이 많았다.
"그게 꼭 필요할까?"
"그럼. 백태를 제거 해야 해.”
“근데, 가글로 충분하지 않아?”
“그거랑 그거는 다르지.”
“그래? 그럼 일단 네 돈으로 사고, 두 달 동안 잘 쓰면 엄마가 그 돈을 주는 건 어때?”
페이백(상품을 살 때 지불한 돈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것)방법이 떠올랐다. 이건 거절도 아니고, 긍정도 아닌 판단 유보였다. 아이는 조금 고민하더니, 그러자며 본인이 계산했다. 나는 짧은 시간에 생각한 아이디어치고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에 대한 아이의 책임감을 높이는 방법이었다.
아이는 집에 와서 화장실 안의 잘 보이는 곳에 혀 클리너를 걸어두었다. 씻는 시간은 혼자만의 시간이기에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나는 잘 모른다. 석 달이 지난 어느 날, 아이가 문득 생각이 났는지 내게 말했다.
“엄마 페이백 해줘.”
“뭐?”
“혀 클리너. 내가 깜박하고 말 안 해서 한 달이 더 지났어.”
“그러네. 날마다 잘 썼어?”
“그럼.”
“알았어. 페이백 해줄게.”
“엄마. 근데 그거 얼마였지?”
아이는 가격을 기억하지 못했다. 다음부터는 계약서를 써야겠다고 했다.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9,900원. 그동안 꾸준히 사용한 것을 칭찬하며 페이백했다. 그리고 말했다.
“이 방법. 너무 좋다. 우리 학원비도 페이백 하면 어때? 일단 네가 수학 학원비 33만원을 입금하고, 공부를 충실히 하면 한 달 뒤에 너에게 입금해줄게.”
“엄마 나 그 돈 없어.”
우리는 웃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학원비 페이백 너무 좋은 것 같은데... 공부 열심히 하면 그 돈 돌려받을 수 있잖아? (엄마입장) 페이백은 아이의 책임감을 기르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다만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자칫하면, 치사한 엄마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