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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May 29. 2024

요즘 중학교 수업

처음, 공개수업을 가다.

아이는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초등학교 때에는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잘 이야기했는데, 중학교에 가서는 학교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다. 엄마로서 아이의 학교생활이 궁금했지만 말해주지 않으니 알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중학교에서 공개 수업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다.


공개 수업이 있는 날, 학교에 방문했을 때 점심시간을 즐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여학생들은 화단의 네 잎 클로버를 찾고 있었고, 남학생들은 연못에 무언가가 있는지 손을 넣고 물을 휘저었다. 원반 던지기를 하는 학생과 교내의 탁구대에서 탁구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소중한 쉬는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햇살처럼 빛나는 아이들의 모습이 생동감 넘쳤다. 1시 30분이 되어 5교시, 가사 수업이 있는 실습실로 향했다. 조별로 코끼리 낮잠 베개를 만드는 수업이었다. 선생님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낮잠 베개를 만들 거예요. 누군가는 바느질에 소질이 있어서 빨리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늦게 할 수 있어요. 이 수업은 함께 하는 것이기에 바느질이 어려운 친구들은 옆에서 도와주고 빨리한 친구는 기다려 주세요. 빨리했다고 혼자 다음 진도로 나가면 안 되고, 다른 친구 다 할 때까지 기대려 주세요. 속도를 맞춰 가면서 진행할 겁니다. ”

아이들은 천을 시침 핀으로 고정하고, 펜으로 코끼리 도안을 그렸다.

“난 바느질에 소질 없나 봐.” 아이가 투덜거리자

“나도 소질 없어. 천천히 해봐. 그러면 잘 될 거야.”라며 옆 친구가 다독여 주었다. 바느질에 앞서 선생님이 실을 50cm 정도로 자르라고 했더니, 아이들은 그 숫자에 꽂혀버렸다. 대략 그 정도의 길이로 실을 바늘에 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았는데, 친구의 어깨를 자 삼아 길이를 재느라 정신이 없었다. 박음질을 하기 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물었다.

“혹시 왼손잡이 있나요? 손들어보세요.”

세 명의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왼손잡이 친구들은 선생님이 박음질하는 방향의 반대로 하면 돼요. 알았죠?”

왼손잡이 친구들까지 안내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 각자가 존중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이 끝날 때가 되자, 선생님을 도와 정리를 도와줄 친구 있냐며 물었다. 약 여덟 명의 친구들이 손을 들었다. 이렇게 많은 친구가 자진해서 선생님을 도우려 한다는 게 놀라웠다. 그때 한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 간식 줘요?” 친구들과 학부모가 동시에 웃었다.


5교시가 끝나고 6교시는 자기 교실에서 수업이 진행되었다. 학부모들도 함께 반으로 이동했다. 이번 수업은 국어 시간이었다. 아이들 책상에는 교과서뿐 아니라 노트북 하나씩 놓여 있었다. 내가 중학교를 졸업한 지 25년이 지났기에 요즘의 중학교 수업 모습에 놀랐다. 아이들은 능숙하게 노트북을 켰고, 선생님은 화면에 큐알코드와 입장 코드를 띄웠다. 아이들이 동시에 입장하면 국어 시간에 배운 내용을 퀴즈로 푸는 형식이었다. 하나 둘, 퀴즈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입장했다. 선생님이 본인의 이름으로 입장하라고 했는데, 한 친구의 닉네임이 길었다. 아이의 닉네임은 ‘나는잘생긴박00’이었다.


<하늘은 맑건만>이라는 동화의 퀴즈였다. 형식이 재밌어서인지 아이들은 빠른 시간에 집중했다. 화면에 문제가 출제되고, 바로 정답을 입력하면 속도대로 아이들의 등수가 매겨졌다. 아이들은 잘 맞추고 싶어 집중했다. 하지만 마음이 급해서 주인공의 이름을 2자로 적어야 하는데, 3자로 적기도 했다. ox 퀴즈는 화면에는 세로로 누르게 되어 있고, 컴퓨터 화면은 가로로 되어 있어서 잘못 누르기도 했다. 어느 순간에는 뒤 친구가 앞 친구의 답을 잘못 눌러서 혼자 오답이 되는 일도 있었다. (장난) 한 친구의 컴퓨터가 에러가 나서 혼자 문제를 풀지 못할 때는 뒤 친구와 한 컴퓨터로 풀기도 했다. 학교 안에서도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일어나고, 그때마다 아이들은 서로 도움을 주었다.


퀴즈 중 “문기는 심부름으로 무엇을 사러 갔나요?”라는 질문에 한 친구가 “담배.”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동화의 제목(00은 맑건만)을 쓰는 퀴즈에서 한 친구가 “뭐지?”라고 물었는데, 주변 친구들이 “구름”, “해”라고 말하며 일부러 오답을 이야기하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국어 시간이 게임 시간처럼 흥겨웠다. 얌전했던 바느질 시간과는 다르게 활발한 모습이었다.


평소에 궁금했던 학교생활을 경험할 수 있었다. 요즘 수업은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구나, 같은 반 친구들은 이렇게 지내는구나.라고 직접 알 수 있었다. 볼 수 없어 몰랐던 일상의 궁금함이 싹 해결되었다. 더불어 내가 중학생일 때는 몰랐던 모습을 엄마가 되어 마주했다. 중학생이었던 그 시간으로부터 25년이나 흘러 교육의 도구들은 진화했지만, 아이들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예전보다 공부는 더 어렵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유머 있고, 해맑으며 서로를 도와주었다. 영화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나의 중학교 절로 다녀온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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