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된장찌개는 귀여울 수 없을까요? 조각 케이크, 초콜릿, 쿠키만이 예쁨을 독차지합니다. 여행지에 있는 백화점 식품관에서 포장지가 예뻐서 고르면 초콜릿이고, 틴케이스가 예뻐서 고르면 젤리였습니다. ‘초콜릿만 먹고살 순 없는데…. 두부, 생선, 오징어채, 감자조림 등 반찬도 예쁘면 안 될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쁜 포장 때문인지, 디저트를 사는 건 돈이 아깝지 않은데 식재료를 사는 건 매번 돈이 아까웠습니다.
초콜릿, 캐러멜, 쿠키를 먹고 나면 쓸모를 다하는 포장지들. 디저트를 감싼 예쁜 종이를 버리기 아까웠습니다. 반짝이는 금박의 비닐과 핑크색 리본, 알록달록한 무지개색 빵 끈까지…. 선물 가게에서 돈 주고 사야 할 만큼 귀엽고 앙증맞은 것들이었습니다. 어느 날, 친구의 남편이 독일 출장에서 사 온 거라며 초콜릿을 하나 주었습니다. 모차르트 얼굴이 그려진 초콜릿은 클래식한 멋이 있었습니다. 보통 구 형태의 초콜릿에는 브랜드의 로고가 적혀 있었는데, 선물 받은 초콜릿은 모차르트의 얼굴이 감싸져 있어서 작은 인형 같았습니다. 초콜릿을 먹고 금박에 있는 모차르트의 얼굴이 찢어질까 조심하며 포장지를 폈습니다. 고이 모셔 와 노트에 붙였습니다. 그렇게 <디저트 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디저트 일기는 삶의 작은 즐거움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생일 케이크를 감싼 핑크색 체크무늬 리본에 감탄하고, 호찌민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기내에서 준 인생 프레첼의 비닐의 컬러 조합(자주색과 진한 초록)에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디저트 노트에는 맛있으면서도 예쁜 포장지가 쌓여갔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예쁜 것뿐 아니라, 의미 있는 디저트 포장지도 붙였습니다. 가나 초콜릿이 50주년 맞이하여 레트로 디자인을 출시하였습니다. 1975년, 1987년, 2002년의 디자인을 다시 만날 볼 수 있었죠. 지금은 볼 수 없는 삐삐(휴대전화 전의 기계)처럼, 그 시절의 감성을 담은 패키지가 정겨웠습니다. 무조건 예쁜 포장지만을 기록한다는 기준을 바꿀 만큼 매력적인 기획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마트에 가면 눈을 크게 뜨고 가나 초콜릿을 찾았습니다. 있는 곳도 있었고, 없는 곳도 있어서 우연히 만나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하나면 쓰레기지만 두 개부터는 수집이 됩니다. 하나면 의미가 없지만 두 개부터는 의미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살며시 가나 초콜릿 포장지 모으기 챌린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저의 기록을 응원이라도 하듯 <아틀리에 가나> 아트 컬렉션 5종이 한정판으로 출시되었습니다. 박선기, 김선우, 그라플렉스, 김미영, 코인 파킹 딜리버리 작가와 함께 아트 패키지가 탄생된 거죠. 작가의 작품을 컬렉팅 할 순 없어도(고가이므로) 초콜릿은 사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맛과 멋을 다 잡는 기록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작은 종이에도 기뻐하는 엄마의 모습을 본 딸이 편의점에 가서 자기 간식을 사면서 엄마의 초콜릿(가나 초콜릿)도 하나 더 샀다며 수줍게 내밀었습니다. 사랑의 순간이었습니다. 만약 디저트 기록을 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할 마음이었습니다. 이야기까지 메모해 두자, 종이 한 장의 가치가 높아집니다. 이처럼 디저트 일기는 삶에서 폭죽이 터지는 이야기를 모아놓는 역할을 합니다. 동시에 삶의 태도도 변화시켰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공항의 면세점에서 늘 사던 것만 샀습니다. 저는 맛의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디저트 기록을 한 후부터는 새로운 간식에 도전해 볼까?라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처음 본 간식들을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맛에 실패해 봤자 얼마나 실패하겠어? 뜻밖의 맛을 발견할 수도 있잖아?’라고 바뀐 것이죠.
여행에서 돌아오면 다양한 간식들을 들고 친구들을 만납니다. 함께 나눠 먹으며 맛 품평회를 가집니다. 서로의 디저트 취향을 발견합니다. 그렇게 찾은 최애 과자가 삿포로의 옥수수 과자(Sapporo okaki ohi yaki-toukibi)였습니다. 도전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간식이었죠. 기록을 통해 디저트의 맛과 우정의 세계가 동시에 확장시킵니다. 물론 실패한 과자들도 많죠. 그럴 때는 ‘좀 맛없으면 어때? 포장지는 남았잖아.’라고 생각합니다. 예쁜 포장지에 반해서 시작한 디저트 기록은 가나 초콜릿의 역사를 이어졌고, 새로운 맛을 도전하는 삶의 태도로 변했습니다. 그렇게 노트 속 디저트 포장지들이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노트를 펼치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돕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디저트는 무엇인가요? 그동안 먹기만 했다면 이젠 스크랩을 해보세요.
나만의 디저트 메뉴판이 만들어질 테니까요.
* 기록해 볼까요? 디저트 일기
기내에서 받은 프레첼 봉지, 프랑스 초콜릿, 스웨덴 젤리, 일본 쿠키 등 패키지 디자인이 예뻐서 버리기 아까운 포장지들을 오려서 노트에 붙입니다. 작은 동그라미 스티커나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서 꾸며 보세요. 한 장 한 장 붙이다 보면, 언제든 쭉 펼쳐볼 수 있는 두둑한 디저트 통장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