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몰 인터뷰

by 하하연

여름의 마트에서 맥주는 혼자 있었습니다. 가을의 맥주는 몸에 땅콩이나, 오징어 등을 달고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 궁금했습니다. 마트에 갔다가 맥주 코너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이 있길래 물어보았습니다.

"왜 어떤 때에는 맥주에 사은품이 붙어 있고, 어떤 때에는 맥주에 사은품이 없어요? “

"보통 여름에는 맥주가 잘 팔려요. 사람들이 더우니까 맥주를 음료처럼 마시거든요. 가을이 되면 맥주 판매량이 줄어들죠. 몇몇 회사는 맥주 판매를 늘리려고 사은품을 붙여 놓아요."

궁금증이 해결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소비의 세계에서 손님은 모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물건을 만들거나, 판매하는 사람들만 알고 있는 정보는 따로 있죠. 질문하면 궁금했던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효용을 경험한 후에는 일상에서 직업인을 만나면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봅니다.


얼마 전, 건축을 전공하고 창호 회사에서 일하는 동아리 선배를 만났어요. 우리가 흔히 보는 건축의 세계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선배에게 평소 궁금한 것들을 물었습니다.

“아파트는 창문이 커서 활짝 열면 환기가 잘 되잖아요. 그런데 오피스텔이나 호텔들을 가보면 창문들이 작게 나 있고, 조금만 열리는 곳이 있더라고요. 그건 왜 그런 거예요?”

“오피스텔의 창문들은 바닥으로부터 120cm 위로 창문을 만들 수 있어. 창문이 안으로 열리느냐 밖으로 열리느냐에 따라 다른데, 창문이 밖으로 열릴 경우는 법적으로 조금밖에 열지 못하게 되어 있어. 밖으로 활짝 열리게 되면 사람의 팔이 닿지 않아서, 잡으려고 하다가 추락할 위험이 있거든.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면 부압으로 인해 창문이 확 열리면서 밖으로 빨려 나갈 수도 있고. 창문이 확 열리게 되면 창문이 다른 기물에 부딪혀 창문이 떨어질 수도 있지. 이런 안전상의 문제로 조금밖에 열리지 않도록 설계된 거야.”

“그런데 아파트는 통창으로 열고, 닫을 수 있잖아요?”

“그럴 경우는 창문 밖으로 떨어지지 않게 난간이 있어.”

“어 그러네. 생각해 보니까 난간이 있네요. 그건 왜 있나 했는데, 추락을 방지하는 용도로 있는 거구나. 신기해요.”

“뭐가 신기해?”

“오빠는 이미 다 아는 이야기지만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예요. 그러니까 신기하죠. 호텔 가면 창문을 팍팍 열어서 환기하고 싶었는데, 어디를 가나 창이 작고 조금 열리니까,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지어났지?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궁금증이 해결됐어요.”

“난간도 간격이 10cm 이하로 되어 있어. 어린아이의 머리가 끼지 않도록 설계된 거야.”

“뭐야, 곳곳에 다 사람을 향한 마음이 들어 있었네요. 효율보다 안전이구나. 평소 불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유를 알게 되니까 불만이 사라지네요.”

지인들을 만날 때면 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는 보통 잘하지 않습니다. 친목 도모를 위한 자리이기에 가벼운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몇 년을 만난 사이여도 질문하지 않으면 상대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컴퓨터가 고장 나서 서비스센터에 방문했습니다. 컴퓨터 안에는 중요한 문서가 많았는데, 갑자기 전원이 켜지지 않았습니다. 기계들이 고장 나면 무기력해집니다. 로봇 청소기, 핸드폰, 프린터기, 자동차 등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식이 없으니 바로 해결할 수 없어서 답답했습니다. 동시에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문제의 원인을 알고 싶었습니다. AS센터에 가서 궁금한 것들을 물었습니다.


“잘 되다가 갑자기 먹통이 됐는데, 왜 그런 걸까요?”

컴퓨터 기사는 역으로 나에게 질문했습니다.

“노트북 쓸 때, 전원 잘 끄나요?”

“아니요. 노트북을 덮어 놓으면 저절로 꺼지길래 따로 안 껐어요.”

“프로그램 업데이트는 잘하나요?”

“아니요. 업데이트는 왜 이렇게 자주 하는 거예요? 어제 했는데, 며칠 뒤 또 하고, 또 하고... 컴퓨터가 업데이트를 너무 자주 해요.”

“컴퓨터가 작동될 때, 기본 200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작동돼요. 그 프로그램들이 각기 다른 시간에 업데이트되는 거죠. 그래서 자주 한다고 생각될 거예요.”

“아 그래요? 컴퓨터 안에 그렇게 많은 프로그램이 있었군요.”

“매번 업데이트를 잘해줘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 것 같고요. 충전기는 어떤 걸 사용하시나요?”

“컴퓨터 충전기가 홈에 맞길래 그것으로 충전해요.”

“정격 충전기인가요? 노트북마다 40W , 45W 등 각각 맞는 충전기가 있어요. 이 컴퓨터에 맞는 충전기로 해야 해요.”

“핸드폰 충전기로 해도 되던데.”

“휴대폰 충전기가 25와트면 노크북을 충전하는데 정격 충전기보다 오래 걸려요. 졸졸졸 작은 물로 그릇을 채우는 것과 같죠. 노트북 살 때 준 정격 충전기로 해야 해요. 살 때, 그걸 준 이유가 있으니까요.”



결론은 노크 북에 대한 저의 무지로 인한 고장이었습니다. 내 방식대로, 엉망진창으로 노트북을 사용했죠.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올바른 노트북 사용법을 숙지했습니다.

1. 노트북 전원 버튼을 꼭 끈다.

2. 정격 충전기로 충전한다.

3. 프로그램 업데이트는 꼬박꼬박 한다.

잘못된 자세가 건강을 해치듯, 잘못된 사용법으로 노트북이 고장 난 것이었죠. 바를 노트북 사용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살다 보면 자꾸 전기가 끊어져서 전기 기사를 부를 때도 있었고, 새 집을 인테리어를 하느라 다양한 분야의 기술자도 만났습니다. 그들이 문제를 해결해 줄 때, 말없이 보기만 하지 않고 다가가 물었습니다. 몸담지 않아서 몰랐던 전문 지식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후에는 노트에 기록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세상에 존재하지만 몰랐던 비밀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때로는 비슷한 문제를 겪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의 숨은 전문성을 들여다보세요. 그동안 벽인 줄 알았던 문이 열리고 세계가 넓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보일러기사님과 대화기록


* 기록해 볼까요? 스몰 인터뷰

정수기 기사, 주차요원, 식기세척기 설치 기사, 택시 기사 등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 보세요.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고 새로 알게 된 것들을 기록해 봅니다.

keyword
이전 05화주간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