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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달력

by 하하연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잘 못해도 서툴러도 밥 잘 먹어요.’ 디제이 디오씨의 노래가사를 아시나요? 저는 이 노래가사처럼 젓가락질을 잘 못합니다. 그래도 반찬을 집는데 문제가 없으니 무슨 상관인가? 하는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제가 젓가락질을 못하니, 아이에게도 가르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명절. 친척들이 모여 밥을 먹는데, 딸의 젓가락질을 보고 어른들이 한 마디씩 했습니다.


“어머, 얘 젓가락질 좀 봐라.”

“5학년이 젓가락질도 못하면 안 돼.”


그런 생각이면 다정하게 가르쳐 주면 좋으련만 아이를 혼내는 분위기였습니다. 아이는 당황하며 밥을 먹지 못했습니다. 순간 제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제가 못 하는 건 괜찮았는데, 아이가 저로 인해 배우지 못해서 이런 상황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 후, 아이는 집에서 젓가락질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배우고 싶었다고요. 그 일을 계기로 아이의 속마음도 알 수 있었습니다. 새우깡을 먹을 때에도 젓가락을 가져와서 집어 먹고, 멸치도 일부러 낱개로 잡아서 먹었습니다. 젓가락질의 클래식, 둥근 콩을 잡는 연습도 했습니다. 젓가락에 기름을 바른 건지 새우깡도 떨어지고, 콩도 미끄러졌습니다. 아이는 반찬이 떨어질 때마다 짜증을 내고, 한 번에 확 늘지 않아 실망했습니다. 한 달이 지났을까요? 아이는 인간 꽃게가 된 듯 음식을 한 번 집으면 떨어뜨리지 않았습니다. 본인의 노력으로 얻어낸 변화였습니다.


저도 아이처럼 바꾸고 싶은 습관이 있었습니다. 잠들 때, 핸드폰을 보는 것. 한 번 잡은 핸드폰은 스토커 같았습니다. 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죠. 자기 계발 영상, 쇼핑 영상, 여행 영상을 보았다가,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영상 등 다양한 기술로 혼을 쏙 빼놓았습니다. 뇌 속으로 뒤죽박죽으로 들어와 엉킨 영상들은 정리되지 않은 채, 기름처럼 둥둥 떠다녔습니다. 저의 이런 모습을 알아차리는 것부터가 어려웠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하다가 몇 달이 지나고, 스스로가 한심해졌습니다.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잠들기 전에는 핸드폰 대신 책을 읽고 하루를 마무리하자고 목표를 정했습니다. 책을 몇 페이지를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독서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한 페이지라도 좋다며 스스로 다독였습니다. 마음만 먹는다고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에 도우미를 찾았습니다. 많은 인재 중에 달력군과 도장양이 선발되었습니다. 전 날, 책을 읽었다면 달력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스스로에게 주는 칭찬 도장이었습니다. 지키지 못하는 날에는 볼펜으로 선을 그었습니다. 하루, 이틀 도장의 숫자가 늘어났습니다. 도전의 성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촘촘한 도장에 구명을 낼 순 없다며 제가 저의 등을 떠밀었습니다. 핸드폰을 보는 시간을 통제하는 건 어려웠지만, 하루의 마지막 시간에 잠깐 책을 보는 것은 할 수 있었습니다. 핸드폰을 보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그 시간에 책을 선택하 것도 유용했습니다.


작은 도전이 성공하자, 다음 목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샐러드 먹기, 동네의 맥도널드까지 걷기 (5000보/걷기 운동) 등 저에게 맞는 난이도를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바꾸고 싶은 습관이 있나요? 습관을 바꾼다는 건 마음만으로 되지 않죠. 일단 내가 어떤 상황인지 자각해야 합니다. 그 후, 달력, 도장, 맥도널드처럼 나만의 도우미를 찾아보세요. 거기에 기록이라는 코칭 선생님까지 함께하면 좋은 습관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 기록해 볼까요? 습관 캘린더

1. 달력 한 장과 귀여운 도장을 준비합니다.

2. 달력의 위에 바꾸고 싶은 습관을 적습니다.

3. 스스로 정한 목표를 지킨 날에는 도장을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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