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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원두카드 일기

by 하하연

보통은 동네의 작은 카페를 좋아합니다. 가끔 큰 소리에 파묻히고 싶을 때나, 컬러풀한 원두카드가 궁금할 때에는 스타벅스를 향합니다. 점심시간이 지난 무렵, 스타벅스 안에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겨우 스타벅스 리저브의 바 테이블 자리에 앉았습니다. 원두 카드에 적힌 글을 읽어 본 후, 궁금한 맛의 커피를 시켰습니다. 직원이 커피를 건네며 말했습니다.


“오늘 옷이 화사하니 너무 예뻐요.”

“아, 감사합니다.”

“봄이 벌써 왔나 봐요.”


커피를 마시는 내내 직원의 향긋한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살다 보면 종종 향기로운 말을 선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코스트코에서 계산하고 나오는데 딸과 커플룩이 잘 어울린다고 말하는 직원도 있었고, 후쿠오카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공항에서 “조심해서 돌아가세요.”라며 또렷한 한국말로 인사한 일본인도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말 선물은 스치기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말 선물에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외국 여행에서 친절을 베푼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스웨덴에서 지하철인 줄 알고 안 열리는 철문을 열려고 낑낑거릴 때, 한 분이 버튼을 눌러 문을 열어주었는데, 알고 보니 주차장이었습니다. 놀라서 급히 나왔는데, 그 모습을 본 그녀가 어디를 가냐고 물었습니다. 지하철에 간다고 말하니 가던 길을 멈추어 직접 안내해 주었습니다. 그 순간, 넘치게 받은 마음을 풍부한 단어로 표현하고 싶었지만, “땡큐” 한마디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릅니다. 그런 일을 계기로 한국에서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마음껏 표현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날, 제 손에는 노란색의 겹 튤립이 있었습니다. 거실에 놓아두려고 산 것이었습니다. 가방 속에 있던 포스트잇에 글을 썼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표현하는 일이 어색했지만, 용기 내었습니다. 제가 받은 말 선물처럼, 꽃 선물을 하고 싶었습니다. 집에 가는 길, 직원을 찾았습니다. 혹시 교대 시간이어서 퇴근했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잠시 뒤, 카운터 뒤편에서 직원이 나왔습니다.

“아까 건넨 인사가 고마워서 저도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졌어요.”

꽃을 건넸습니다. 그분은 물었습니다.

“선물 받은 꽃 아니에요?”

“아니요. 제가 보려고 산 꽃이에요.”

“감사합니다.”

받은 마음을 주머니에 넣고 떠나는 대신, 꺼내어 전합니다. 전이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순간이었죠. 고백한 사람처럼 두근거리던 날. 집으로 돌아와 원두 카드 뒷면에 한 줄 일기를 썼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날'







스타벅스 네이밍



* 기록해 볼까요? 스타벅스 원두 카드 메모

스타벅스는 글로벌 기업이기에 해외에 가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칭다오 여행을 갔다가 완샹청 쇼핑몰 안에 리저브 매장이 있길래 들어가서 원두 카드를 받았습니다. 뒷면에는 중국어로 원두의 특징이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할 수 있는 기록. 스타벅스에 간다면 커피도 마시고, 원두카드에 일기를 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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