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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순적 순간들

by 하하연


자신의 허물은 알아차리기 어려우면서, 왜 타인의 허물은 쉽게 찾을까요? 사람은 끊임없이 주위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며 자신의 삶과 견주어 생각합니다. 반면 나의 행동과 말은 잘 못 봅니다. 행동의 주체이다 보니, 남들처럼 자신이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내가 행동하는 것의 의미를 파악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거울을 봐야지만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어떤 도구를 이용해야 자신을 알 수 있습니다. 나를 보게 하는 거울이 일기입니다. SNS에서 끊임없이 타인을 삶을 바라봅니다. 나는 하루에 얼마나 바라보나요?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고는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5분도 갖기 어렵습니다.


J와 함께 일본에 갔습니다. 그는 껌 하나를 사더라고 가격을 꼼꼼하게 확인했습니다. “편의점보다는 다이소 껌이 더 싸네요.” 식당에 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커피를 마실 때 등 J의 대화 주제는 모두 가격이었습니다. 평소, J의 알뜰한 습관은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일상에서는 괜찮았는데, 여행 내내 가격 이야기가 반복되자 버거웠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 일본 문화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J의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가격 비교에 계속 고개를 끄덕이다가 지쳐갔습니다. 여행 이일 차, 쇼핑몰 안의 가챠샵에 갔습니다. J는 원하는 인형이 뽑히지 않자 몇 만 원이 넘는 돈을 썼습니다. 껌과 간장 쇼핑에서 아꼈던 돈을 뽑기 기계에 썼습니다. 고민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같은 사람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 모순이 떠올랐습니다.


그 경험을 계기로 삶의 모순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남편은 회식이나 친구들 모임 후에는 대리운전을 불러서 오면서 어쩌다 한 번 택시를 타는 저를 보며 나무랐습니다. 중학생 아이는 신나서 자기 물건을 사놓고, 집에 택배가 오면 귀찮다면서 택배를 뜯지 않습니다. 우연히 탄 택시가 먼지 한 톨 없다며 놀라워하니 기사님은 자신이 결벽증이라고 했습니다. 택시 안이 깨끗하지 않으면 운전을 못하겠다고요. 의자에 먼지 한 톨 없고, 앞 쪽의 디스플레이에도 지문 하나 없었습니다. 손님들이 탈 때마다 차가 더러워질까 걱정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렇게 청결을 중요시하는데, 집에 진돗개를 키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털이 많이 날려서 날마다 청소하느라 죽겠다면서 하소연을 했습니다. (사랑이 청결보다 앞선 거죠.) 듣다 보면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인간이기에 논리적으로 행동하기를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은 순간이 더 많았습니다.


돌아보면 모순은 제 삶에도 가득했습니다. 어느 날은 회사에서 보너스를 받은 남편이 아이에게 올리브영에서 사고 싶은 물건을 다 사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이런 적은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도 물건을 팡팡 사지 못했습니다. 화장품을 들었다 놨다 하며 망설였습니다.

“린아 이런 기회 흔치 않아. 사고 싶은 것 다 사.” 아이를 응원했습니다.

“그래?”

아이가 화장솜과 가글을 장바구니에 넣고 빗을 사려고 하길래 제가

“빗은 집에 있지 않아?” 물었습니다.

“학교에서 쓰려고.”

“집에 빗이 2개 있는데, 하나는 닦아서 쓰면 되지 않아?”

“엄마, 다 사라며?”

마음껏 사라고 해 놓고 마음껏 못 사게 막았습니다. 모순걸이었죠.


도로에서 다른 차들이 갑자기 끼어들까 봐 불안하고, 앞에 트럭이라도 있으면 피해 가려고 긴장합니다. 초행길은 길을 잘 몰라서 운전하는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운전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은 좋아하죠. 밀폐된 공간에서 음악을 커다랗게 틀고 운전하면 나만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듭니다. 그 행복을 느끼려면 운전해야 하는데, 운전이 무섭다니요? 어디 그뿐 인가요? 휴지, 채소, 쌀 등 생필품에는 돈이 아까워서 싼 것을 고르면서 예쁜 조각 케이크를 먹을 때에는 지갑이 자동문처럼 열립니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습니다. 조각 케이크 먹는 대신, 좋은 쌀을 사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동안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지, 우리의 삶은 모순투성이였습니다. 누군가의 행동을 보며 앞, 뒤가 다르다고 생각한 적 있나요? 그 모습은 나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누구든 어느 한 곳에 있을 수 없습니다. 생각은 계속 변합니다.


누군가의 모순을 발견했나요? 타인을 불평하기 전, 스스로를 들여다보세요. 형태만 다른 나의 모습일 수 있으니까요.




* 기록해 볼까요? 모순적 순간들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모순을 기록해 봅니다.

타인을 통해 나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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