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복과 일연과의 두 번째 만남, 그리고 또 다른 여자 미라의 등장.
“사람인연이라는 것이 묘해. 너 첫날에 그 친구들 말이야. 널 무지 보고 싶어 하더라. 한 세 번인가, 네 번인가 계속 찾아왔는데 시간대가 너랑 어긋났어. 네 전화번호까지 달라고 했는데 내가 딱 거절했어.”
“왜요?”
아쉬움이 많았다. 그들이 왔다면서 내게 한 번도 그녀는 이야기는커녕 그러한 언질조차 남기지 않았다. 물론 내가 그들과 보낸 시간에 대해서 조금 질린 뉘앙스를 풍겼었다. 많이 싫어한 느낌을 받아서 그녀가 말을 안 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들이 왔다 갔다는 말을 들었으면 그들이 오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다른 곳을 가지 않겠노라, 했을 것이다. 아니면 그들과 시간을 맞춰 연락해달라고 사정했었을 것이다. 전화번호를 그들에게 안 알려준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녀에게 되물었다. 왜요? 왜 그랬던 거죠? 그녀는 가만히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었다. 몇 모금 빨아 호흡을 깊게 가더니 내뱉을 때 입과 코가 같이 연기가 한꺼번에 돌면서 뿜어져 나왔다. 호흡이 길게 이어지는 것처럼 한동안 말이 없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
“여기서 인연은 없어. 얼마나 더 할지는 모르겠지만, 남자하고 엮어서 해봤자 서로 결국에 그들 근성에 여지없이 농락당하는 것뿐이 안 돼. 상처만 입을 거야. 더 치밀하게 계산하고 있다는 것, 겪어봐서 알잖아. 더 경계해야 해. 너 이걸 직업으로 평생 삼을 것 아니잖아. 남자들한테 마음 주고 나중에 질질 짜지 말고. 노래방에 맨정신으로 오는 남자들 봤니? 하나같이 전부 술 한 잔씩 걸치고 와서 여자 건드려 어떻게든 같이 자보겠다, 수작들이지. 뭐 그래도 고맙게 시리 너 같은 여자애들 때문에, 나도 빌어먹고 살고 있다만. 적당히 하다가 적당히 빠져. 어차피 아르바이트야. 단지 네가 일하는 동안만큼은 최대한 뒤치다꺼리나 봐줄 테니까. 네가 편안하게 일했으면 좋겠어. 지금 당장 하기 싫다. 때려치워도 상관은 없어. 여자애들은 많아.”
나는 차 사장이 나랑 같이 있는 것이 좋은 것인지, 같이 일을 하자는 것인지, 그만두라는 것인지 잘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해졌다. 적당히 하라는 말에 야속해졌다. 일은 거기까지. 하긴 지혜가 일을 권유했을 때 대충하라는 말을 염두에 두긴 했었다. 적당히 하긴 하는데 노래 부르다가 술에 취한 남자 중에 정말 맘에 드는 한 명이 있어 몸을 맞부딪치고 같이 더듬으며 좋아질까. 그게 걱정이었다. 생각조차 싫었다. 결코 그런 기분이 안 들 것 같은데도 그런 분위기에 사로잡혀 있는 내 모습이 어느 사이엔가 서서히 떠 올려졌다.
“윤서. 넌 안주는 별로 안 먹는구나. 입이 짧아.”
“네. 그렇게 많이 먹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도 네 덕분에 오랜만에 한잔했어. 내일부터 나올 거지?”
“그래야죠. 해야죠. 해야 할 거예요”
의무감에 생각조차 없는 대답을 하고 말았다. 중요한 일을 맡은 사명감 있는 일도 아니고 그 일을 배우는 과정도 아니건만 나는 왜 그런 대답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녀 말이 백태(百態)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을.
그렇게 적당히 먹고 곱창집을 나올 무렵이었다. 휴대전화가 가방에서 요란하게 떨어댔다. 모르는 번호였다. 또 거기 업체인가. 받지 않았다. 그거 웬만하면 전화 받지, 그래? L업체야? 나 좀 바꿔줘 봐. 내가 말해줄게. 모르는 번호라서 계속 무시하다 진동 소리에 무척 신경이 쓰였는지 차 사장이 계속 받으라고 부추겼다. 나는 전화 안 받는 사람이 제일 싫던데. 나도 네가 안 받을 때 너무 답답했거든. 좀 받아. 받으라니까. 어쩔 수 없이 그녀 성화에 통화버튼을 얼떨결에 눌렀다.
“여보세요?”
-김 윤서씨?
“네. 전데요? 누구세요?”
-아. 맞는구나. 저예요. 정 성복. 기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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