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종점에서 마주치는 여자, 도서관에서 또 마주쳤네.
구종점에서 분당으로 가기 위해 2-1번 버스를 기다렸다. 여자랑 눈이 마주쳤다. 멈칫 놀랐다. 이제는 보면 눈인사를 해야 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 중이었다. 요사이 하루도 빠짐없이 얼굴을 마주치는 여자였다. 하루 이틀은 그러려니 했다. 구종점에 서울로 빠지는 유동 인구가 줄잡아 십만이 넘는다고 봐도 여자, 남자 그 수많은 사람 중에서 같은 자리, 같은 시각에 마주치는 경우가 그렇게 흔치만은 않은 일이었다. 여자가 나를 좋아해서 그렇게 서 있을 리는 만무하였다. 여자 스토커일 리는 없을 테고. 설마. 우연이겠지. 그렇게 치부했다. 아무리 그래봤자 막노동하는 처지에 여자에게 아는 체를 하기는 힘들었다. 거기다 매일 옷을 갈아입는다 해도 허름한 작업복 차림으로 서 있기 마련인데 선뜻 자신감 있게 들이대기도 어려웠다. 암만 봐도 모르는 여자였다. 눈이 마주치자 반기는 낯빛이었다가 금방이라도 아는 체를 하러 달려 올 기세였다. 겸연쩍어 눈을 다른 곳으로 바로 돌렸다. 여자와 한동안 같이 눈치 마주친 채 서 있을 수만은 없었다. 딴청을 피우다 또 쳐다보면 여자가 아쉬운지 흐린 눈으로 바뀐 채 날 계속 응시 중이었다. 이건 마치 버스를 타러 나온 것이 아니라 순전히 나를 찾으러 나온 여자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그녀는 행여 나를 놓칠까, 헤매는 동공 같았다. 수많은 사람 틈바귀 -버스가 수없이 가고 멈추는 가운데서도 내가 시야에서 안 보이면 고개를 바짝 들었다가 그 자리에 내가 그대로 있으면 안도했다. 그녀와의 간격은 고작 이 미터도 채 되지 않았다. 시선은 분명 자신이 탈 버스를 기다리는 것 같은데 돌아보면 꼭 날 유심히 살피는 눈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서울로 출근을 하는 사무직 여성 같았다. 유난히 화장이 지나치리만큼 화려했다. 너무나 예쁘고 호감이 가는 여자였다. 화장만큼 입은 정장은 지난 며칠 입은 것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스커트가 통이 커 몸을 한 번씩 움직일 적마다 흔들거렸다.
버스를 기다리는 아침이 지루하지 않았다. 한 번쯤 말을 걸어 볼까. 나중에라도 내가 일하는 모습을 그녀가 본다면 하찮게 보일 수도 있겠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타고 갈 버스가 왔는지 요금을 내고 버스에 오르는 뒷모습이 보였다. 만원 버스에 올라 차창으로 그녀는 내게 시선을 줬다. 좀 전처럼 아쉬운 눈이었다. 차가 출발해도 고개는 내 쪽으로 계속 돌려져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녀를 태운 버스는 서서히 멀어져 갔다. 맥이 빠졌다.
내가 타고 갈 2-1번 버스도 그제야 도착했다. 그녀가 탄 버스를 쫓고 싶어질 정도였다. 말은 걸지 못하겠지만 옆에서 버스 기다릴 때처럼 옆에서 바라만 보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았다. 한동안이라도 설레던 것이 사라지고 나니 그렇게 허전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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