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데생 -2

일부러 휴가까지 내서 찾은 이유가 뭘까.

by 이규만

고개를 돌려 여자를 바라보았다. 단정하게 빗은 단발머리였다. 유난히 빨간 립스틱에다 화장이 짙었다. 파란색 체크 스카프를 두르고 아래위로 같은 카키색의 남방과 바지 차림으로 말쑥하게 차려입은 여자였다. 아침에 저 정도 차림이면 무척 부지런한 여자인 것 같았다.

“누구?”

시선을 맞추고 보니 분당으로 아침에 일을 나갈 때 버스를 타려고 기다릴 때 마주치던 얼굴이었다. 여자 쪽에서 반기는 기색이었다. 그제야 나는 그녀의 얼굴을 기억하고 그녀가 왜 여기에 있고 나에게 아는 체를 하는지 금방 궁금해졌다. 그때 아는 척을 못 한 아쉬움을 이렇게라도 풀려고 왔나.

“저 모르시겠어요?”

“아…, 아침마다 버스 탈 때 자주 봤던 것 같네요.”

“예. 그때도 봤었지만 다가갈 수가 없었어요. 아침에 버스 타느라 경황이 없어서. 저 경화예요. 경화. 박 경화. 모르시겠어요? 고등학교 삼 학년 때 제가 다니던 화실에 범준 씨 편지를 가지고 찾아오셨었죠? 언중 씨 맞죠? 어제부터 도서관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겨우 찾았네요.”

“아….”

내가 탄성을 지르듯 놀란 것은 그녀가 미국에서 온 범준의 편지를 내보였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편지 봉투에 그의 머리글자인 정이라는 첫 자가 선명하게 파란색 볼펜으로 쓴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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