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공장의 그을음 -1

1 데커레이션 -1

by 이규만



거기도 사업장이기에 이력서랑 주민등록등본을 준비하라는 거겠지. 몇 번씩이나 이력서를 고쳐 써 긴장이 누그러지지 않았다. 공장에서 일하는 것은 알아도 이름 있는 회사라 인터뷰하려니 신경이 바싹 곤두섰다. 경비가 있는 초소에서 잠깐 기다리는데 복통이 오더니, 아랫배부터 슬그머니 더부룩한 것들이 올라왔다.

사내 전화를 받고 이내 달려왔는지 남자가 헐레벌떡이었다. 경비를 보는가 싶더니 이내 그가 나한테로 머리를 돌렸다. 인사를 담당한 사람은 배가 좀 많이 나오고 넥타이도 단정치 않게 삐딱하게 매었다. 옆집 아저씨와 같은 구수한 분위기로 묻어갔다. 이쪽으로. 어제 통화 때와는 다르게 경어체는 이미 생략한 뒤였다. 남자가 공장 매점으로 나를 안내했다. 인사 담당 호칭을 대고 손을 내밀기에 얼떨결에 악수는 했지만, 그의 이름은 기억할 수는 없었다. 형식적인 절차였다. 남자가 내 이력서를 훑어보더니 군대 갔다 온 것을 먼저 확인했다. 어디서 근무했어. 경기도 연천에서 근무했습니다. 전방사단이네. 네. 그렇습니다. 말투에 어느새 힘이 들어갔다. 언제부터 일할 수 있나. 내일부터 당장 일할 수 있습니다.

남자가 P 크루아상에 대한 자랑을 좀 늘어놓는가 싶더니 사담이 한참 길었다. 귀담아들은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 다만 군대를 빗대어 말한 부분에서는 공감하려 애썼다.

“창업한 지 칠 년쯤 되었어. 자네가 일할 곳은 케이크를 생산하는 부서야. 억세게 재수가 좋아. 군대처럼 줄을 잘 서서 제일 편한 부서로 발령이 났어. 식빵 라인이나 냉동 창고를 자주 드나드는 생지를 다루는 부서는 정말 힘들다고.”

그 부서에서 하는 일을 몰랐기 때문에 힘들다,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듣지를 못했다.

“케이크 부서는 전문적으로 일이 분할되어 각각이 따로 나뉘어 있어. 자네가 곧 가게 될 데커레이션(decoration) 부는 원래는 롤 케이크, 생크림 반과 함께 더불어 한 부서였지. 대량생산을 위해 부서가 정해지고 따로따로 된 지 얼마 안 됐어. 기술 배우기 좋은 곳이야.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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