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데생 -9

be 동사로 지칭할 때 쓰는 용어를 발음대로 be와 전치 대명사 on과

by 이규만

“아…, 그냥요. 아폴로 그림이 어떤가. 자세히 살펴보는 중이었습니다.”

“그래요. 그림 너무 좋죠. 커피 맛도 좋고요.”

나는 경화의 ‘커피 맛도 좋고요.’ 말에서 묘한 뉘앙스를 느꼈다. 너무 오랜만에 만끽하는 그런 기분이었다. 나도 얼른 동의해 주지 않으면 후회할 거같이 재빠르게 말했다.

“그러네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지는군요. 커피처럼 향기롭고 꿈이 많던.”

“돌아가고 싶어 지나요? 그러면 여기로 오세요. 제가 배우던 곳으로요. 저도 자주 들러서 언중 씨가 그림 그리는 거 볼게요.”

“이런! 그 이야기가 아니었는데요. 그냥 전 친구들과 함께 지내던 시절을 말한 건데요. 뚜렷하게 자리 잡히면 그림 그릴 겁니다. 아직은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요.” “네에….”

경화는 못 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그림 그릴 계획은 정말 없었다. 초조하게 쫓기는 것이 싫었고 여태 가족에게 내비쳐진 모습들이 결코 노력하면서 보여 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안이하다고 말하면서도 아무렇게나 살았다. 경화가 나를 왜 화실로 데려왔는지 이제 사 감을 잡았다. 둔했다. 그래도 그림을 했다, 낭패를 보는 거는 또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경화의 제안이 탐탁지 않았다. 그녀는 대단히 서운하게 나를 쳐다봤다.

화실에서 나왔을 때 경화가 나를 자꾸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성호시장을 벗어나 종합시장 쪽으로 가는 다리 부근이었다. 그녀는 대단히 진지해진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언중 씨….”

“네?”

“인사동 근처에서 저한테 범준 씨에 대한 저의 감정을 물어보았었죠?

“네.”

“저어…, 제가 제대로 대답 못 한 거는…. 언중 씨를 많이 생각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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