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분노조절장애 자가 진단법에 관한 보고서. -4

by 이규만

책 표지에 딱지처럼 붙은 소개 글이 조금 전 여자애들 둘이 나눈 대화의 주 요지였다. 책이 더 많이 알려지게 만든 사건이었다.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이 존 레넌을 총으로 쏴 죽이고 나서 아무런 죄책감이나 당황한 기색도 없이 꺼드럭거리는 기운으로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있었다. 경찰들이 달려와서 그를 붙드는 경황에서도 자신이 그를 죽인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는. 왜 그랬을까. 얼른 보기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그의 생도 짧게 책 겉장에 소개됐다. 채프먼은 음악을 좋아했고 한 때 노래도 했었지만, 레넌과는 정반대의 삶이었다. 두 차례에 걸쳐 자살이 미수에 그쳤다. 나중에 그가 레넌을 죽인 이유를 캐묻자 그의 대답은 엉뚱했다. 레넌과 나는 동일인이며 그를 죽인 것은 나를 죽인 것이다. 미쳤군. 사람들은 그를 정신착란 증세로 의견을 모았다. 어떤 말을 해도 그는 사람을 죽였고 그에 따른 정상적 참작은 따르지 않았다.

이데아다. 같은 이데아를 말한다면 존 레넌은 음악적으로 성공하고 여러 사람에게 사랑받았지만, 채프먼, 그는 음악으로 인생을 망쳤다.



어차피 인류가 총을 발명하고 그것을 개조시키고 발전시켜 온 것은 자신들의 뜻에 동조하지 않은 자들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그러하고 터키와 쿠르드족이 그러하다. 세계 일차대전이 그랬고 이차대전이 그러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때에서는 6·25 동란이 그러했다. 이권이 개입되고 자신들의 뜻이 합리적이고 정당하다는 것에 상대가 순응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인류는 서로에게 총을 들이댔다. 총기는 그 북새통에 가장 소비가 많았고 발전을 거듭했다. 또한 나라마다 그 사정이나 형평성에 의하여 불법으로 개조되고 성행되면서 개인 소지가 가능해지고 여러모로 범죄에 악용됐다. 강력범죄의 뒤편에 총이 등장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총기로 인한 강력범죄는 군대와 연관된 정도로 드러난 것들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총기 소비가 그렇게 많은 편에 속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총기를 구하는 방법은 결코 손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 소지도 어려울뿐더러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불법적인 것들이 많다. 흔치 않고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 물론 돈을 많이 들이면 어떻게든 방법은 있겠지. 돈도 없거니와 그렇게까지 공을 들여 힘들게 구한다면 수일이 지나야 할 것이다. 그때쯤이면 벌써 그들을 어떻게든 보낼 다른 방법을 마련했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때고 나는 그들을 용서하고 분노도 누그러져 서서히 자취를 감출 것이다. 머뭇머뭇 보내는 시간 앞에 내가 얼마나 많이 수아를 생각해야 하고 수없이 성종을 미워하며 나를 들었다 놨다 해야 하는지를. 적어도 그러기는 싫었다. 내 마음이 그렇게 쉽게 바뀌는 모호함에 대해서는 적대적이었다. 시간이 더 가기 전에 얼른 일을 치를 것이다.

총을 생각했던 것은 늘어지지 않고 시간을 끌지 않고 간단하게 끝내는 수법이 가장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매력적이다. 방아쇠만 당기면 아무런 저항 없이 인간을 골로 보내는 방법 중에는 최고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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