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과 이방인
“그래. 맞아. 나도 이제 많이 늙었어. 내 나이 예순둘이라…. 세월이 너무 빨라. 너무 빨리 지나쳤어.”
노인에게 계속 짧게만 응수하다, 할 말이 없어진 사람처럼 적당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노인의 나이와 세월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노인은 나의 나이보다 두 배하고도 몇 살이 더 많았다.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하여 노인은 무슨 계획 같은 것이나, 포부 같은 것이 있을까. 지금 나의 모습이 세월의 한 귀퉁이에 서서 어느 날 인생이라는 것을 돌아볼 정점으로 남을 수 있는 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순간순간 기억에 남아 정점이 될 순간들이.
나는 절정에 다다랐다. 잠시나마 잊으려 애써 보았다. 그렇지만 그들 둘이 놀아나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들은 너무 손쉽게 나를 속였다. 의심되는 정황과 그들의 행동들에 대해 추궁은 했다. 부인을 하고 나선 다음에 따질 수가 없었다. 부글부글 끓어올라 주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심하게 요동쳤다. 피가 또 위쪽으로 몰렸는지 목이 뻣뻣해질 지경이었다. 탄알이 머리통의 궤적을 지나 피와 시뻘건 선혈과 피로 얼룩져 퍼지는 파편들로 튀어 올랐다. 나는 지금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중이었다. 잠시라도 화를 누그러뜨리려 하면 피가 머릿속 중심으로 즉각 몰려 터질 것 같이 지끈거렸다. 그들이 총에 맞아 바닥에 쓰러져 피를 쏟으면서 숨을 헐떡거리는 모습이 펼쳐졌다. 곧 눈을 감았다. 분노는 처연하게 속 깊숙이 끌어올려 한계점으로 치닫는 중이었다. 화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노인의 모습에서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지금 가고 있는 순간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복정역에 다다르자 노인에게 짧게 인사를 하고 전동차에서 내렸다.
호흡을 가다듬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그래도 차오르는 분노를 다스리기에는 아직도 미연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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