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잠언 -6

애숙의 본격적인 공장생활 -케이크 생산라인

by 이규만

“오히려 더 좋아요. 저는요. 하루라도 빨리 일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짐은 기숙사에 내려놓고 거기 있는 분들이랑 잘 지내주었으면 합니다.”

짐이라 해 봤자, 옷가지 여벌 몇 개와 옷을 쌌던 비닐봉지가 전부였다. 나는 그렇게도 다급했다.


처음 왔을 때 성남의 느낌은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딱딱하고 자신 일에만 바쁜 사람들의 모습은 정이 없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내가 절박함 속에 이곳을 찾아야 했고 힘들게 그들보다 더 지독하게 냉담하게 벽을 쌓은 것은 언니의 돈을 찾기 위해서였다. 언니 돈을 빨리 만들어서 집으로 돌아갈 참이었다. 오로지 그 생각만 났다. 돈을 벌어서 집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때때로 사람 사는 모습들이란 그런대로 괜찮게 지나칠 수도 있었다. -안일한 타성에 젖어 있다 보면 이대로 안주하기 마련이었다. 일하는 모습으로 비교하자면 그럴 만도 하였다. 그곳에서 경험한 것도 극히 짧았지만, 시간이 계속 흘러갈수록 도탄에 빠졌다. 전혀 나올 수 없어 실낱같은 희망조차 보이지 않던 곳이었다. 나락으로 떨어져 영영 벗어나지도 못할 곳이었다. 돈을 번다는 의미에서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을지 모르나 내 가족에게 떳떳하게 말을 할 수 있는 곳이 절대 아니었다. 비교할 바는 되지도 않을 것이지만 공장에서 일한다는 것이 훨씬 나았다. 술집에서 일하는 것과는 천지 차이였다. 고작 이런 곳에서 일하려고 집을 나간 거니. 해버릴. 딱히 꼬집어서 비난하지도 않겠지만 크게 내세울 자랑거리는 아니었다. 그래도 무작정 숨기려 들고 조심스러워하며 불안해야 할 일은 없어서 좋았다. 그 부분에서만큼은 얼마나 다행한지 몰랐다. 행여 내가 일부러 창피해서 숨겼다고 해도 비난을 당할만한 여지는 없었다. 언니가 당장 찾아와 알아냈더라도 별로 놀라지도 않게 그러려니 받아들일 정도였다. 그래. 고생이 많겠구나. 나도 공장에 있었는데 뭐. 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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