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동과의 첫 대면의 찰나 -
시스템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 할 처지는 아니었다. 그렇게 늘 해왔던 영은도 아무 소리 안 하고 해내고 있는데 신입인 내가 한마디 한다면 어디선가 불호령이 떨어질 것 같았다. 여기 온 지 며칠 되지 않은 사원이 말이 많아? 만들다 만 케이크 조각이 날아올 것 같았다. 영은은 케이크에 올라갈 원료들을 척척 냉장고에서 꺼내왔다. 나는 옆에서 보조만 맞춰 갔다.
아직 내가 하는 일이 익숙하도록 신경을 더 써야 하건만 자꾸 마음은 다른 데로 돌아갔다. 참 조절하기 힘들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운동장에 가서 공을 찬 모습을 본 이후로 부쩍 승동에게 관심이 갔다. 데커레이션 케이크 반에 있는 그를 볼 때면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는 그가 야속했다. 더욱이 내가 그렇게 많이 시선을 주는데도 나랑 한 번도 눈이 마주치는 일이 없는 건지 애가 탈 정도였다. 알라딘 요술램프의 ‘지니’같이 어떤 암시를 주게 되면 그게 무슨 효과적인 것이 진행되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는데. 정말 될까. 나는 반대편 작업장 너머 그를 향해 계속 주문을 걸었다. 나를 한 번만이라도 쳐다보라고. 슬쩍 눈길 주고 그냥 스치기만 해도 된다니까.
정말 주문이 맞아 들어 먹혔는지 그가 날 응시하고 있다. 그와 눈이 몇 번 마주치자 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뛰었다. 그의 눈을 의식해서인지 조마조마하여 금방이라도 숨고 싶어졌다.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를 않았다. 먼저 내가 눈길을 돌리고 말았다. 이제 시선이 다른 데로 돌아갔나 싶었는데 그가 나를 바라봤다. 마주 보고 계속 서 있을 수는 없었고 시선이 느껴져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때였다. 그 새를 놓칠세라 최정근 반장의 지적이 들어왔다.
"애숙 아이. 멍해서, 어디 보노? 정신 차리라 마."
마침, 포시즌 케이크 만드는 중이었다. 크림을 발라놓은 윗부분에 키위, 감귤 –손질 과일하고 블루베리, 체리 –과일 통조림 네 종류 장식해서 나가는 생크림 반의 대표적 케이크다. 라인이 돌아갈 때 최 반장의 군소리가 가장 많았다. 생크림 조금만 치대라고. 포장해서 나가면 크림이 다 흐른다. 야야. 그기 아이다. 옆 둘레 지 바싹. 더 바싹. 모르나? 답답하다. 그자? 와 이걸 하나 몬하노. 며칠 전에는 포시즌 때문에 클레임이 한 건 들어와서 부서장인 전녹중 계장한테 최 반장이 혼이 나는 것 봤다. 내가 담당한 일은 포시즌 케이크에 감귤을 놓는 건데 영은이 딱 한 번 그걸 시범 보인 적이 있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손이 빨라 좀 헤맸으나 금방 따라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최 반장이 맘에 들어해서 다행이었다. 하이고 마. 저 손 보래. 니는 타고 난 기다. 영은이하고 우째그래 닮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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