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술의 장미. -8

승동은 어떤 남자일까. 궁금해 죽겠어.

by 이규만

그러나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있나. 거기 누구 있어요?”

그는 소리만 질렀다. 할 수 없이 나쁜 일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나는 문 쪽으로 다가가 고개를 빠끔 내밀었다. 길량 언니도 몹시도 궁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애숙. 네가 왜 여기에 남아있는 거니?”

언니가 고개를 갸우뚱 나만 쳐다봤다. 어떻게 해야지. 그래도 약간은 호기심이 오갔다. 어색하게만 얼떨떨하게 웃었다. 어찌할 줄을 몰라 길량 언니, 눈치만 살폈다. 일을 할 때는 무심코 지나쳤을 뿐이었는데 이렇게 따로 마주 서서 보니 그와의 바로 대면이 엄청나게 설레었다. 전에 축구 경기가 끝나고 막걸리를 마실 때와는 달랐다. 더 가까이서 보니 그는 무척 잘생겼고 검은 눈썹이 매력적이었다. 그와 눈이라도 마주칠까, 고개 돌리고 딴청을 피웠다. 내심 어려웠다. 작업대 위를 바라봤다. 급한 대로 작업 바인더에 놓인 도구들에 관심을 표하는 척했다. 짤 주머니에 크림이 잔뜩 들었네. 말은 해야 할 거 같아 얼른 아이싱에 관심을 돌렸다.

“아이싱 나도 해보고 싶어.”

생크림 반에서는 여자기사 영은 이외에는 아이싱을 잘하는 이가 없었다. 그녀가 일한 지 오래되긴 했으나 일을 주도하는 최정근 반장은 아이싱은 여자에게 시킬 의도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려니 했다. 남자 들이 할 일이지 -나도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일을 오래 할수록 기본이라는 것만 염두에 두었다. 만일 아이싱 못 하면 일을 많이 하는 선참으로서는 굉장히 창피한 일이기는 하다. 그래도 그렇게까지 승동 앞에서 연습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이 어색하고 침울한 시간을 빨리 타파하기 위해 시늉만 해 보일 뿐이었다.

그는 아이싱 테이블에 시트를 놓고 버터크림을 발랐다. 그리고 말했다.

“아이싱이 말이야. 연습할 때도 필요하긴 하지만 현장에서 빨리 습득해서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

나도 그 말에는 공감한다. 연습할 때와 실제로 필요해서 할 때는 정말 달랐다.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도 중요하다. 그렇긴 해도 현장에 투입이 돼서 일은 실지로 필요로 하는 일과 하고 싶어서 하는 실력과는 엄격한 차이가 있다. 감각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의 능력이다. 여러 사람이 솜씨를 보고 일의 흐름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기를 누구나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말을 거들었다.

“빨리 배우고 싶은데 시켜 주지를 않아 못하고 있어. 나도 숙달되면 잘할 수 있다고.”

“그렇지. 그렇지. 일할 때 해야 진정으로 배우는 거지. 처음에는 좀 서툴러도 말이야.”

그가 맞장구를 쳤다. 계속 옆에서는 언니가 배고픔을 타령조로 늘어놓았다.

“승동아. 연습이고 나발이고. 배고파. 배가 고프다고.”

언니는 이런 상황에 전혀 다른 이야기를 늘어놨다. 그렇다고 언니의 그런 모습이 싫지 않았다. 가만히 보니 오히려 나를 도와주는 쪽이었다. 영은이 작업장에서 나를 처음 보자마자 했던 말이 떠올라서였다. 사람이랑 친해지려면 술을 같이 마셔봐야 한다고. 그래야 그 사람 본심을 알 수 있는 거야. 전에 쌓였던 감정도 툴툴 털어버리고. 나는 그 앞에서 용기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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