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그레이스 오븐의 진실 -15

공장내에서 용준의 퇴출 -하지만 애숙은 맘이 편치 못하다.

by 이규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를 보자마자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동료 여자들 곁에 서서 서럽게 울었다. 그것도 평소에 그렇게 좋게 보지도 않은 혜정한테 안겨서. 이제 어쩔 거야. 이렇게 당한 날 내버려 둘 거야. 승동은 야속하게도 아무 말도 없었고 그대로 특유의 무표정함이었다.

작업장에 돌아온 용준은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너무도 당당하게 김관호 계장의 호통 속에서 작업복 차림으로 공장을 떠났다.

“야. 너 어떻게 여자를 그렇게 무자비하게 팰 수가 있어? 야. 너 안 되겠다. 그만둬라. 너한테 일 안 시킬 테니까, 내일부터 나오지 마. 아니다. 그냥 옷 갈아입고 지금 나가. 아니야. 아니야. 그럴 필요도 없겠다. 경비실에 이야기해 둘 테니 이대로 해서 기다리고 있어. 애들 시켜서 가방이랑 옷 가져다줄 테니.”



그제야 알았다. 나에 대한 것이 회사 내에 큰 화제가 되었고 용준이 나가고 나서부터 모든 초점이 나에게 맞춰줘 있다는 사실이 힘들 것이라는 말이다. 그것이 그 소리가 어떻게든 승동에게만은 귀에 안 들어가길 바랄 뿐이었다. 밥맛이다. 지겹다. 남자를 비하한 것을 그가 모르고 지나치기를. 제발…. 진짜로 내가 용준의 욕지거리처럼 싹수없는 년이 될는지는 아마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별 차이는 없었다. 밥맛이다 나, 지겹다 나, 싹수없는 것이나. 그래도 그가 내막을 알게 되면 적이 실망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나는 고품격인 백조처럼 우아하다. 부질없고 난데없이 닭같이 소리 지르고 난리를 쳐대는 몰골은 싫었다. 태근에게 그래서 단단히 일러둘 참이었다. 다른 변명 늘어놔, 입을 맞추려는 때였다.

태근은 도통 못마땅한 투로 커피자판기 앞에 서더니 툴툴거렸다. 그러면서 커피 한잔을 자판기에서 뽑을 찰나였다. 에이 넌 나랑 일 한 지 몇 달이 넘었는데, 내 기호도 모르냐? 그러면서 날 좋아한 데. 나는 설탕이 섞인 커피 받아 쥐었다.

“그러니까, 뭐야? 누나 말은 다른 사람한테는 누나가 그런 말을 했다는 거를 알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지? 누가 나한테 물어보면 다른 거로 둘러대라고?”

“그래. 좀 그래줬으면 좋겠어. 부탁이야.”

“뭔 상관이야? 이미 우리 부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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