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크리스마스 -23

승동이 말한 직업에 관한 장래성, 꿈에 만족도는 늘 하향세?

by 이규만

아니면 우리가 따로 정한 약속 장소에서. 속으로 승동이 그렇게 말해주기를 수십 번 고대했다. 이야기는 그 빨간 양말보다는 상준 때문에 다르게 돌아갔다. 전혀 상관없는 전녹중 계장 이야기를 들먹였다.

“예전에 전 계장님도 사내에서 사모를 만난 거지. 많이 놀리고 울리고 했더래. 일하다가 팔 모양을 이렇게 하면 일곱 시. 또 이렇게 하면 아홉 시. 하하 얼마나 웃겨? 무척 애가 탔나. 사모 쪽에서 많이 울었다고 한 것 보면.”

표식의 이야기는 일단락되고 술잔이 오가고 있을 무렵에 전 계장의 연애사가 화두에 올랐다. 전 계장이 상준의 부탁으로 시달리며 데커레이션 케이크 부서로 발령하기까지 그 같은 연애사를 상준에게 했었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아침마다 롤 케이크 부서에서 나온 시트를 매번 확인해야만 하는데 그때마다 내가 전 계장님을 괴롭혔거든. 언제 그쪽으로 가는 겁니까. 아직 기다려 봐. 순서가 있잖아. 생크림 반이든 데커레이션 반이든 가게 해주마. 그렇게 약속하였다는데 그 시일이 계속 늦춰지다 신축건물로 이사를 전후로 해서 그는 발령이 났다. 그때부터 데커레이션 케이크 부서로 와 뛰어다니던 그의 모습이 보였었다.

만약에 그가 웃는 표정으로 혼자 나에게 접근을 했더라면 전에 남자가 해오던 것처럼 거부했었을 것이고 그러는 동안 그는 또한 전에 남자들처럼 상처를 입었을까. 내가 기다리던 승동은 혼자서 나에게 절대 접근할 위인조차 되지 않았다. 절묘하게 상준 그는 승동을 이용한 건가. 아니면 승동은 상준을 이용한 건가. 그 분위기와 기회는 맞아떨어졌다. 이음쇠를 잇는 톱니바퀴같이.

아쉬웠다. 그 아이 -애리랑 성격이 무척 닮은 순임이 상대원 시장 가서 예쁘다고 날 위해 사 온 빨간 양말은 옷장 구석에 처박힐 것이다. 언니는 빨간색이랑 너무 잘 어울려. 여기서 흰 가운만 입으니까 사람들은 잘 모를 거야. 언니. 그래서 양말이라도 신으라고 사 온 거야. 전녹중 계장의 지적도 지적이지만 나도 그걸 표식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많았다. 그냥 말을 건네어 약속을 정하고 만나면 되는 거지. 상준의 말처럼. 이래저래 무슨 호기(好機)가 다양하게 그렇게 넘친다고 표식까지 대동할 필요까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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