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선택이 어려울 때 좋은 선택지 -아무거나
한 아이만이 남아서 그들과 같이 가려는 거 같았다.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나는데 ‘설화’라는 아이였다. 무척 곱상한 애였다. 그 아이가 남자 둘 사이 가운데에 서서 팔짱을 끼고 기분 좋게 제법 술이 오른 모습이었다. 의도한 거는 아니었는데도 발길이 자꾸 그들을 쫓게 되자 진숙도 순순히 따라붙었다. 좀 가까이 그들을 쫓아갔는데 그들은 눈치를 못 챘다. 거리에 워낙 사람들이 많기도 많았고,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제정신들이 아닌 거 같았다. 큰 대로변을 걷다가 갑자기 좁은 언덕의 종합시장 먹자골목으로 상준이 설화를 유인해 가고 둘이 사라진 것이 역력하게 보였다. 승동은 그들 뒤로 멀거니 바라보기만 하고 걸음을 멈춘 채 한 십여 분을 그렇게 서 있었던 거 같다.
어두운 골목 안으로 들어간 그들이 무슨 일을 벌였을지는 가히 상상하지 않아도 입맛을 다시고 입을 닦아대는 상준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그 애는 상준과 그렇게 하고 나서도 성에 안 찼는지 아니면 그 취한 기분을 지속하고 싶었는지는 몰라도 승동의 품에 안겨 키스하려고 그의 목을 끌어당겼다. 나 어떻게 오빠. 멀찍이서 지켜보면서도 진숙은 발을 동동 구르며 어이없어했다.
“어머. 재 좀 봐. 어떻게 저럴 수가 있어? 요즈음 애들 너무 심한 거 아냐?”
승동은 기겁하며 여자애를 떨쳐 놓았다. 이러지 마. 또 하고 싶으면 상준이랑 해. 그러자 상준이 옆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여자애랑 또 껴안고 둘러붙어 진하게 키스해 대었다. 승동은 너무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들은 한동안 옆에 시선도 의식하지 않은 외국의 연인들 같았다. 너무 늦은 시각이라지만 어디서 나타났는지 마침 옆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들이 많아서 그랬는지 승동은 그들을 떨어뜨려 놓으려 애썼다. 그만하라고. 그런데도 막무가내였다. 오히려 상준이 더 적극적으로 보였다. 저런 짐승. 늑대. 진숙은 분개하였다. 진숙이 아직은 그를 막 애가 탈 정도로 좋아한 거는 아니었다고 보았다. 그렇지만 몰래 만나는 사이같이 굴다가 어떻게 바로 저렇게 만나서 키스까지 할 수가 있을까. 약간은 머쓱하고 어이 상실한 표정으로 멍하게 날 바라보았다. 언니 저래도 되는 거야? 그러게 좀 그렇다 그렇지? 나도 승동에게 조금 실망이 되기도 했으나 또 한편으로는 진숙보다는 우월감이 느껴질 정도로 좀 여유 있게 굴었다. 내 그런 모습에 약이 바짝 올랐는지 그녀는 얼굴이 약간 상기됐다. 내가 돈 낼 테니 술 한잔해. 언니. 그녀는 계속 내 팔목을 붙들었다. 술 한잔하자니까. 이제 나도 승동과 상준이 멀리 가도 신경도 안 썼다. 먹자골목의 걸음이 멈춰서 막걸리 주로 파는 집에 무턱대고 들어섰다. 나도 얼떨결에 따라 들어갔다.
진숙은 들어앉자마자 소주부터 시켰다.
“애는 넌 막걸릿집에서 무슨 소주를 시키고 그래?”
“뭐 어때서. 아저씨 여기 소주는 안 파나요?”
“아니요. 왜 안 팔아요? 소주로 드릴게요. 안주는 뭐로 하실 건가요?”
“그냥 아무거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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