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메피스토 -2

등단은 아무나 하나? 그리고 등단하면 수익이 보장되는 거야?

by 이규만

이미 일부 독자에게는‘밀령’이 나, 애숙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이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처음부터 가볍게 시작한 글이 이렇게까지 파장을 몰고 올 줄은 몰랐다. 많은 조회 수가 절대 쉽게 글은 쓰지 말아야 함을 일깨워 주었다. 성심성의껏 내용을 충실히 하고자 몇 번이고 성남과 정선을 오갔다. 글이 막히지 않기 위해서였다. 서울의 위성도시뿐이 안 되는 별 다를 바 없던 곳을 그렇게 왔다 갔다 해도 영감이 확 한꺼번에 오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계속 그때 밀령을 조정하는 중이었다. 밀령 마법사는 성남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곳의 도로 위 환풍구가 세상의 입구였다. 밀령은 지팡이로 세상의 문을 두들겼다. 어릴 적 TV 만화영화로 보았던 요정 ‘파쿤’ 같이.

소진이 좀 더 일찍 등단하거나 아니면 좀 늦긴 했어도 그나마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일찍 시작한다거나 깨닫거나 한다는 거는 어차피 시간이나 변화 속에 서 있을 뿐이다. 나의 선생님은 두말없이 청이었고 그녀의 가르침을 받았고 지금도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자부한다. 적어도 그 당시만 해도 ‘이제는 꼭 해야 한다.’는 강압감으로 글을 썼던 거는 아니었으니까.

등단부터 말해야 할 것 같다. 갑자기 지나간 십여 년의 세월이 마치 어제 일처럼 되살아났다. 거기서 멈춰 서고 말았다. 회상들은 빠르게 나를 한 시절로 되돌려 놓았다. 딸각.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컴퓨터의 모니터는 ‘팟’ 하고 전열이 화면에 확 퍼졌다.


나도 예외 없이 강원도에 있는 지역신문사에서 공모하는 신춘문예에 응모했고 그것이 당선되어 ‘등단’ 꼬리표를 달았다. 내가 공모한 쪽은 시 부문이었다. 그때가 내가 결혼하고 얼마 안 되어, 첫아이 -필이를 임신한 채, 만삭이 다 되어 남산만 한 배를 안고 있을 적이었다. 그리고 시상식에서 청이를 만났다. 그게 청과의 운명적 만남이었다. 청이는 신문사의 둘도 없는 후원자이고 막강한 입김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신문사에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같이 커다랗게 만 보였었다. 과감히 그녀는 신문사를 포기하고 하잘것없는 나를 선택했다. 청은 그녀 나름 준비한 계획을 말해 주었다. 지금 남편이 들으면 좀 섭섭해할 테지만 남편이 해준 프러포즈보다 더 가슴 뛰고 향기롭고 악마 ‘메피스토’가 날치의 혀로 뱉은 그 어떤 유혹적인 말보다도 간사했다. 너와 평생을 같이 하겠다. 끝까지 책임지겠다. 거기에 홀딱 넘어갔다. 방송 대본을 같이 써보자. 그 독한 말들의 계획들은 의외로 순조로 왔다. 그녀는 나의 이름을 절대 숨겼다. 나의 예명을 여러 개 만들었다. 방송사 드라마의 극본을 대행해 주고 엄청난 급료를 챙겼다. 어디서 그런 계약을 따오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상하게도 그녀는 내가 쓴 대본들을 대부분 별로 고치지도 않았고, 어느 부분의 조금만 수정을 요했다. 그대로 하면 신기하게 채택됐다. 청은 드라마 쓰는 방식이나 그에 어울리는 단어들과 문장을 정확하게 집어내고 지적했다. 그대로 청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고 수정했다. 청은 공식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배경 설명이나 묘사하면 가차 없이 칼질을 요구해 왔다. 사건의 상황이나 주요 인물들의 갈등에만 주력해. 드라마는 어차피 전부 대사로만 이루어지는 것이니 충실하게 갈등의 요소만 끌어내라. 더 이상 보탤 것도 뺄 것도 필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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