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메피스토 -3

메피스토의 뜻은 알고나 있는 거야?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by 이규만

아무리 그래도 나 자신의 실체를 발견하지 못하고 단 한 줄의 글도 쓸 수가 없었다. 내가 그렇게 헤매고 있을 무렵, 훨씬 이전에 이미 그녀는 김 실장을 만났고 N 출판사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문단에 내 필명을 적당히 올려놓았다. 방송 대본 대필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를 너무 오래 친구로 만나온 탓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일에 대한 매니저 역할을 충분히 대행해 주어서 남편보다 더 심할 정도로 서로에 대해 직, 간접적으로 모르는 것이 없을 만큼 허물이 없었다.

한 가지 밝히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그녀의 남편에 대해서만은 모르는 게 많았다. 아무리 가까이 지내오고 허물없는 사이라 할지라도 조심할 게 있다. 남편에 관한 것은 모르는 척해주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일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보다 책임감 있고 열정적이며 나름 최고라고 자부까지 해 온 터지만 남편에 대해서만큼은 건드릴 수 없는 아킬레스건이었다. 도대체 결혼을 정확하게 언제 한 지 모르겠는데 나이는 나하고 동갑인 71년생 돼지띠에 딸아이가 고등학교 다니고 있는 미혼모였다. 가끔 출판사 직원끼리나 나랑 술자리에서 하게 되었을 때 그다지 숨기려 들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걸 가지고 괜한 동정심 따위를 유발해 연약하게 보이려 하는 것도 없었다. 반대로 굉장한 커리어우먼인 거처럼 당당 형도 아니었다. 딸하고 단둘이 살고 있다. -얕보지 마라.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의 ‘캔디’처럼 ‘헤쳐 나가자’도 아니었다. 여러 군상 속에 이런 모습도 있고 저런 모습도 있으니 평범하게 봐주기를 바랄게. 나 너처럼 애 키우고 직장생활을 하는 여자야. 별다른 거 없어.

어쩌다 바깥 남자 이야기하면 은근슬쩍 피하려 애쓰는 것이 역력했다. 근래 하도 궁금해서 남편에 대해 기어코 참지 못하고 물어봤는데 난색 한 표정은 아니었다. 일부러 옆에 들리게 큰 소리를 내는 것이다. 딸아이의 자위 문제를 텔레비전의 채널을 확 돌려놓듯 대담하게 크게 떠들었다. 나는 그때 좀 창피해서 그래도 사무실 복도 옆에 누가 있지 않았나 싶어 몇 번씩 고개를 돌리고 두리번거렸었다. 이야기의 본질을 확 바꿔 좀 깨게 했다. 늘 매번 그런 식은 아니었지만, 남편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그에 대해서는 알 길 없었다.

애! 애숙아, 우리 딸애 말이야. 내가 한 번은 컴퓨터 앞에서 애가 치마 밑으로 팬티 내리고 자위하는 모습을 봤다니까. 내참 기가 막혀서. 이를 어쩜 좋니? 자기 방에 공부하는 줄 알고 간식 주려 문 열었는데 애가 갑자기 나쁜 일 하다 들킨 거처럼 얼굴이 빨개서 후다닥후다닥 하는데. 아무래도 낌새가 이상한 거야. 며칠 지나서 빠끔히 문 열고 지켜봤더니 그 짓을 하는 거야. 참나, 후…, 망할 놈의 컴퓨터. 갖다 버리던가. 부숴버리든가 해야지. 이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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